‘내년 출범’ 세종시청사, 첫삽도 안 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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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충남 연기군 일대에 조성 중인 세종시가 내년 7월 출범하지만 준비작업은 거북이 걸음이다. 세종시 청사 건립도 지연되는 데다 기업유치 지원을 위한 투자기금 조성도 무산됐다.

 정부는 현재 연기군 청사를 세종시 출범 때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2년간 임시청사로 쓰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연기군 금남면 호탄리에 내년 말까지 세종시 청사를 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세종시 수정안이 추진되자 설계를 미뤄왔다. 건립 공사는 내년 상반기에나 시작될 예정이다. 세종시 신청사는 943억 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6층(건물면적 4만1661㎡) 규모로 짓는다. 정부는 세종시 청사로 쓰기에 비좁은 연기군청사를 내년 5월까지 24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 할 계획이다. 홍석하 세종시 추진위 사무처장은 “세종시 수정안 추진으로 예산만 낭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족한 사무실(추정면적 4230㎡)은 인근 건물을 임대해 사용한다. 연기군청사 주변에 행정기관 사무실로 사용할 만한 건물이 거의 없어 건물 임대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세종시 출범 이후 쓸 기업 지원 기금 조성 계획도 무산됐다. 세종시출범준비단은 이전 기업 인센티브 등 지역 기업 지원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정부에 1000억 원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최근 기획재정부의 내년도 예산 심사에서 전액 삭감됐다. 이재관 세종시출범준비단장은 “세종시 관내에 기업이 500개가 넘지만 지원예산은 현재 한 푼도 없다”며 “세종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자금”이라고 말했다. 16개 시·도가 내년도에 기업지원 기금으로 사용할 예산은 3조6000억 원에 이른다. 세종시와 인접한 충남도의 경우 지난해에만 244억 원을 기업지원 자금으로 활용했다.

 반면 시장 출마가 예상되는 인사들은 출판기념회 등으로 얼굴 알리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세종시장 선거는 내년 4월 11일 19대 총선과 함께 치러진다. 강용식 행정도시건설추진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에서 『세종시 지킴이』란 책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최민호 행정도시건설청장과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도 조만간 자신의 칼럼 등을 모은 책을 출간한다. 유한식 연기군수, 이춘희 인천도시개발사장 등도 세종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방현 기자

◆세종시=제주도와 유사한 정부 직할 광역자치단체다. 시·군·구 등 기초단체를 두지 않는다는 게 제주도와 차이다. 면적은 465㎢로 서울시(605㎢)의 77%다. 연기군 전역과 공주시와 충북 청원군 일부가 포함됐다. 세종시출범준비단(직원 25명)은 행정안전부 소속이다. 출범 준비단의 역할은 조례 정비 등 세종시 살림살이를 준비하는 것이다. 반면 행정도시건설청은 청사건립 등 인프라 구축을 맡는다. 세종시 출범과 동시에 연기군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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