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시대 산업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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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본격적인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 다소비 업종과 수출업계를 중심으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와 항공, 정유.석유화학, 철강, 섬유, 제지 등 관련 업계는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원가부담이 가중돼 채산성이 악화됨은 물론 내수 위축과 수출 경쟁력 약화로 고전이 예상돼 경제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올 수요를 당초 내수 145만대, 수출 160만대 등 총 310만대 규모로 예상했었으나 국내 휘발유 가격이 1천300원대가 되는 등 고유가가 지속되면 하반기 내수가 5만대 이상 감소하는 등 판매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고유가가 지속되면 하반기 내수에서만 5만대 가량 줄어들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출의 경우 별 지장이 없을 것"이라면서 "내수시장에서는 기름값이 적게 드는 LPG나 디젤 차량 수요가 계속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업종의 특성상 유류비용의 비중이 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계는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항공사들은 국제유가가 1달러 오를때마다 100억∼300억원 안팎의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수익구조가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우려, 기타 비용을 절감하는 등의 자구책 마련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정유사와 석유화학업체의 경우 원료인 국제원유와 나프타 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반해 소비자 및 가공업체의 부담을 고려해야 하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과 합성수지 제품의 가격을 원가 인상폭만큼 올릴 수 없어 채산성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업체들은 중국과의 마늘 분쟁으로 폴리에틸렌 제품의 대중국 수출이 중단돼있는 만큼 고유가와 수출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석유류 제품 의존도가 높은 섬유업체들 역시 원료가격은 오르는데 반해 새한,고합 등 대표적인 화섬업체가 워크아웃인 상태에서 과당경쟁이 벌어져 제품가가 하락하는 등 채산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삼양사 관계자는 "통상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제품가가 t당 15달러 올라야 하나 과당경쟁으로 오히려 제품가는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공장 설비를 개선해 생산효율을 높이고 보일러용 연료를 LNG로 교체하는 등의 자구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제철 등 철강업체의 경우도 자체 발전소 가동을 위한 중유 등 원료가의 상승이 일단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수출에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이밖에 조선 부문에서도 선사의 운송 비용 상승 등으로 발주량이 줄어 영업에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고 제지업 및 시멘트업계도 공장 가동에 들어가는 벙커 C유 등 에너지 비용 증가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유인열(柳仁烈) 이사는 "유가상승이 원가부담으로 작용해 수출업체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고유가시대에 철저히 대비를 해야할 시점"이라며 "비 OPEC국가의 증산 등으로 고유가가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업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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