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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고교생들 우리가 돕겠다” 고려대 정경대생들의 공부 나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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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지난달 25일 김동욱군과 안선영양은 멘토 정지현(가운데)씨와 함께 고대 캠퍼스를 둘러봤다. [황정옥 기자]

지난달 25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캠퍼스. 교복을 차려입은 84명의 고교생들이 도착했다. 성북구청 내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와 고려대 정경대학이 관학협력 관계를 맺고 진행하는 ‘잡아드림(Job-我-dream) 프로젝트 고려대 캠퍼스 투어’에 초청받은 성북구 내 고교생들이다. 이날 행사에는 고려대 정경대 재학생 50명도 함께 했다. 이들 대학생과 고교생들은 1대1 또는 1대 2로 멘토·멘티 관계를 맺었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고려대 캠퍼스 누비며 대학 생활 미리 맛봐

정지현(경제학과 4)씨는 서울 석관고 1학년 김동욱군과 안선영양의 멘토가 됐다. 어색한 듯 쭈뼛거리는 김군과 안양에게 정씨는 “친언니·누나처럼 편하게 생각하라”며 “대학 생활에 대해 궁금한 것을 속속들이 알려주겠다”며 말을 걸었다.

“강의실도 가보고 싶고, 동아리 활동도 궁금하다”는 김군과 안양은 정씨를 따라 동아리방을 먼저 찾았다. 정씨는 “동아리는 학업에 도움을 주는 학술 동아리, 취미생활을 공유하고 인간 관계를 넓히는 데 목적을 둔 친목 동아리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친목 동아리라고 해도 회원들의 실력이 거의 준프로급인 동아리가 많다”며 “분야도 음악·미술·운동·바둑·침술 등 각양각색”이라고 덧붙였다. 동아리방을 둘러본 김군은 “친한 친구집처럼 편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 캠퍼스를 돌아본 후 학생 휴게실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는 대학 생활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안양은 “고등학생이 되니 시간이 없어 하고 싶은 걸 못할 때가 많다”며 “대학생은 자유 시간이 많아 여유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자유는 양날의 칼 같아서 마냥 좋아할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을 보면 입학할 때 엇비슷했지만 지금은 각자의 상황이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졌다”고 말했다. F학점이 수두룩해 졸업도 못할 친구가 있는 반면, 뛰어난 외국어 실력과 각종 대외 활동 경력에 화려한 학점까지 더해 사회 진출을 앞둔 친구도 있다는 말이다. 정씨는 “자유는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너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도 있고, 오히려 네 목을 옭아맬 수도 있다”고 했다. 안양은 “정신이 번쩍 든다”며 “지금부터 계획을 잘 세우고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습관을 들여 고교 생활도, 대학 생활도 잘 해내겠다”고 말했다.

고민 상담하며 진로 탐색도

김정문(행정학과 4)씨는 김시돈·김성택(이상 서울 고대부고 1)군과 함께 ‘한국경제학사’라는 수업을 들었다. 성택군은 “수업 내용이 어려워 이해는 잘 못했지만, 강의실에 앉아보고 교수님의 설명도 들으니 진짜 대학생이 된 것처럼 기분이 묘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형도 1학년 때는 수업 내용을 거의 못 알아 들었는데 자꾸 듣다 보면 익숙해진다”고 다독였다.

시돈군은 성적 고민을 털어놨다. “성적이 오르고 있긴 하는데 고려대는 아직 꿈도 꿀 수 없는 수준”이라며 “형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어떻게 공부했느냐”고 물었다. 김씨는 “확실한 꿈을 정하는 게 먼저”라고 조언했다. 그는 “형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장관이 돼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돼 가난한 사람을 제대로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 꿈 덕분에 책상 앞에 몇 시간씩 앉아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돈군은 “‘잡아드림 프로젝트’를 통해 나에게 맞는 진로 계획을 짜 성적도 올리고 원하는 대학에도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잡아드림 프로젝트는 고려대 정경대 재학생들이 기획해 지난 8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성북구 내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이혜진 성북자기주도학습센터 상담사는 “적성 검사부터 대학 전공 선택, 기업체 탐방을 통한 직업 체험까지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라며 “고교생들이 진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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