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창의력경연대회서 대상 받은 한수초 블루마블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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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 민(왼쪽)·박진서 군

“각 팀이 만든 장치를 이용해 쇠구슬을 가장 늦게 떨어뜨리는 팀이 최종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팀원들과 상의해 멋진 작품을 만들어 보세요.”

 1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송산중학교 고양발명교실. 지도교사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학생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해 가상 기구를 만들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설계도를 그렸다. 카이스트가 8~9일 주최한 세계창의력경연대회에서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한수초 5학년 김종민·박진서(블루마블팀)군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열중했다. 고양발명교실은 고양시 각 초·중 학교에서 선발된 과학영재들로 구성됐다. 김군과 박군은 이번 학기부터 발명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창의적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수업은 실습뿐 아니라 브레인스토밍과 토론도 함께 진행된다. 담당교사는 보조 역할을 할 뿐 문제해결을 주도하는 것은 모두 학생들의 몫이다. 수업을 담당한 이상진 교사는 “정해진 답은 없다”며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블루마블팀이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문제해결을 위한 이 같은 다양한 노력 덕분이다. 박군은 “새로운 과제를 수행하면서 생각의 깊이가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군의 장래희망은 로봇공학자다. “망가진 물건이나 안 쓰는 물건을 분해하는 습관이 있다”는 박군은 5살 무렵부터 TV에서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전자기기들을 하나씩 분해하고 내부구조를 확인했다. 처음 보는 부품이 나오면 인터넷을 찾아가며 특징과 쓰임새를 익혔다. 김군이 과학에 흥미를 붙이게 된 것도 컴퓨터 본체의 내부를 확인한 후부터다. 김군은 “5살 때 아빠가 본체를 수리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때부터 물건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것에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진서는 기계의 원리를 이해하고 조작하는 능력이 월등하며 종민이는 문제 해결의 방향을 정하고 풀어가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교실서 지렁이 키우며 분비토 만들어

 김군과 박군의 호기심과 과학적 재능은 세계창의력경연대회에서 빛을 발했다. 이번 대회에는 중국·대만·싱가포르 등 10개국에서 30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경연 주제는 ‘새로운 어린이 비영리단체(NGO) 만들어 운영하기’였다. 이들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지역사회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사전조사를 했다. 지구촌 환경파괴에 문제의식을 느낀 이들은 지렁이를 이용한 친환경 분변토 만들기에 나섰다. 김군과 박군은 지렁이를 분양해 직접 키우면서 토양질의 변화를 기록했다. 지렁이뿐 아니라 고마리·여뀌와 같은 환경정화 식물을 이용한 친환경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박군은 “자료조사에만 이틀 밤을 샜다”면서 “평소 과학 다큐멘터리를 챙겨 본 것이 아이디어를 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블루마블팀은 단순히 아이디어를 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지렁이에 대한 혐오감을 줄이기 위해 캐릭터를 만들고, 담임 교사의 허락을 받아 교실에서 지렁이 1000여 마리를 키웠다. 김군은 “처음에는 싫어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며칠이 지나자 직접 먹이도 주면서 아이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지렁이 사진 전시회, 벽화그리기, 환경신문 발간 등의 실용화 방안을 제시한 것도 이번 대회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 데 큰역할을 했다. 이들은 지렁이를 이용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 분비토 만들기, 화단 가꾸기 같은 환경나눔 문화 실천 사례를 이번 대회에서 소개했다. 대회 심사를 총괄한 부산교대 김판수 교수는 “환경보호라는 공익적 목적을 실현하면서 생활 속에서 누구나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라는 점이 좋은 점수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김군과 박군은 대회 이후에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민하며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박군은 “앞으로 넉 달 안에 새로운 병따개로 특허를 내는 것이 목표”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의사가 꿈인 김군은 “영화 ?울지마 톤즈’를 감명 깊게 봤다”면서 “과학과 의학적 지식을 활용해 아이티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창의력 키우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해야

 김 교수는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선 주변 사물에 관심을 기울이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 이외에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며 연결 고리를 만들어갈 것”을 권했다. 이어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 내용의 답을 구하는 방법들을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 교사도 “창의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과학의 이론적 원리를 아는 것에 그치지 말고 실제 만져보며 실천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위 영재라고 불리는 학생들 대부분이 수학적 연산이나 과학적 이해능력은 뛰어나지만 응용력이 부족하다”면서 “창의력 향상을 위해선 공교육에서 체험학습중심의 수업을 점차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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