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편한 큰길 옆 주택, 건강 해치는 ‘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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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호 18면

서울시가 올해 시내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당 48마이크로그램(㎍)으로 대기질 측정을 시작한 1995년(7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부터는 처음으로 대기환경보전법이 정한 연평균 기준치(50㎍/㎥)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미세먼지가 감소하면 단순히 가시거리가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건강에도 많은 이익을 주게 된다.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대기 중에 떠다니는 입자를 총칭해 대기분진이라 하며, 그중에서도 지름이 10㎛ 이하의 분진을 미세분진 또는 미세먼지라고 부른다. 미세먼지는 사람이 숨을 들이마실 때 말단 폐 조직까지 들어갈 정도로 작으며 그 결과 폐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대기분진이 많을수록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하고 폐 기능이 감소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대기분진에 노출되는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평균 1.3년의 수명이 단축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대기분진에는 납·카드뮴 같은 중금속물질이나 황산염 같은 산성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기도 하지만 대기분진과 사망률의 관련성은 다른 오염물질 때문이 아니라 대기분진 자체와 관련 있다고 한다.

그런데 미세분진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 탓에 사망률이 증가하는 만큼이나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늘어나게 된다. 장기간에 걸쳐 노출되는 미세분진이 10 ㎍/㎥ 증가할수록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이 24% 늘어나고, 그로 인한 사망률은 75%나 증가한다고 한다. 또한 미세분진이 10㎍/㎥ 증가할수록 경동맥의 동맥경화가 5%씩 늘어난다고 한다.

미세먼지는 단시간만 노출돼도 수시간 내에 심혈관 질환으로 입원할 위험이 증가한다고 한다.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혈압이 오르고 혈액이 끈적끈적해지며 동맥경화가 심해지고 혈관이 수축되면서 협심증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직경이 0.1㎛ 이하인 극세입자의 먼지는 주로 자동차나 비행기의 배기 연소에 의해 발생하는데 폐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할 때 피에 섞여 들어갈 수 있다. 그 결과 극세입자 먼지는 혈관과 심장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즉 극세먼지는 심장의 수축력을 떨어뜨리고 부정맥을 유발하거나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키고 관상동맥의 혈류를 대폭 감소시켜 협심증을 유발할 수 있다.

미세분진은 배출 원인에 따라 그 위험도 다르다. 석탄연료로부터 배출된 2.5㎛ 이하의 미세분진은 10㎍/㎥ 증가할수록 사망률이 1.1% 늘어날 뿐이지만 자동차로부터 배출된 2.5㎛ 이하의 미세분진은 10㎍/㎥ 증가할수록 사망률이 3.4% 늘어난다고 한다. 석탄보다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이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한편 단순한 흙먼지는 사망률 증가와 관련 없다고 한다.

대도시의 미세먼지는 70% 이상이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온다. 독일 하인즈 지방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집과 큰 도로 사이의 거리가 50% 가까워지면 관상동맥의 석회화가 10.2% 증가한다고 한다. 출퇴근이 편하자고 큰 도로에서 가까운 곳에 거주하면 그만큼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위험이 증가한다.

미세먼지에 의해 심혈관 질환 위험이 특히 증가하는 사람은 기존에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부정맥을 앓고 있거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 노인이다. 이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큰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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