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 6개 분야 중 1등 1개뿐 …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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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그룹이 이종철(63) 삼성의료원장을 전격 경질했다. 국내 최고라는 명성을 갖고 있던 이 병원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질적인 후임은 윤순봉(55) 삼성석유화학 사장이 맡았다. 삼성의료원의 사령탑이 의료인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바뀐 것이다. <관계기사 e3면>

 신임 윤 사장의 공식 직책은 삼성의료원 산하 3개 병원 중 하나인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의 ‘지원총괄 사장 겸 의료사업 일류화 추진단장’. ‘삼성의료원장’이 아니다. 의료원장은 공석으로 했다. 그러나 이는 의료법상 전문경영인이 의료법인의 대표이사를 맡을 수 없기 때문에 취한 조치일 뿐, 실제로는 윤 사장이 삼성서울병원과 강북삼성병원, 경남 삼성창원병원 등 3개 병원을 모두 이끌게 된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통상 삼성은 의료원까지를 포함해 사장급 인사를 연말에 했다. 이번 삼성의료원 인사는 그런 관례를 깬, 몇 안 되는 사례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그만큼 삼성의료원의 혁신이 시급하다고 이건희(69) 삼성전자 회장이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는 최근 삼성의료원 창립 17년 만에 처음으로 실시한, 그룹 차원의 경영진단에서 비롯됐다. 경영진단은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이뤄졌다. 그 결과에 대해 삼성 측은 “ 삼성의료원의 목표는 ‘아시아 최고의 병원’이었지만 언제부턴가 ‘빅4’니 ‘빅5’니 하는 국내 네다섯 개 병원 중 하나로 전락했다”며 “크게 바꿔야 하는데 기존 멤버로는 어려워 전문경영인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진단에선 최근 중앙일보의 6개 암 부문 병원 평가에서 삼성의료원이 폐암 한 분야만 1등을 한 것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삼성그룹 내에선 “충격”이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한국인들이 많이 앓는 질병에는 훤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글로벌 수준에 떨어진다는 점도 질타 대상이 됐다. 삼성의 한 임원은 “이번 인사는 혁신을 하지 않으면 언제든 조직을 흔들 수 있다는 이건희 회장의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고 전했다.

 2008년부터 삼성의료원장을 맡아온 이 전 원장은 25일 퇴임하고 성균관대 의대 평교수로 돌아갔다. 이건희 회장의 주치의는 계속 맡기로 했다.

박태균·이나리·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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