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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2004년 정동영 “노인들은 집에서 쉬시라” … 2011년 조국, 투표날 부모 여행 “진짜 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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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박성우
사회부문 기자

“서울 노친네들 설득하기 힘드네요. ㅋ. 그래서 아부지랑 엄니한테 25일부터 27일까지 수안보 온천 예약해 드렸습니다.”(@phan******)

 “진짜 효자!!!”(@patriamea 조국 서울대 교수의 트위터 계정)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멘토단에서 활동 중인 조국(46)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2일 한 트위터 이용자가 부모에게 박 후보를 지지하라고 설득하기 어려운 나머지 선거일에 투표하지 못하도록 여행을 보내겠다고 하자 ‘효자’라고 치켜세웠다. 그런 그의 트윗은 정치권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조국 교수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23일 트위터에 “학생 가르칠 생각은 않고 하루 종일 트위터나 하면서 패륜적 발언이나 옹호하는 분이 대한민국의 지성이라니. 쯔쯔”라며 조 교수를 비판했다. 박진 공동선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에서 법을 가르치는 분이 민주주의 핵심인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데 ‘잘한다’고 했다. 어처구니가 없다”며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노인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했던 발언보다 더 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대표)이었다. 그때 그는 “60~70대 이상은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분들이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고 어쩌면 곧 무대에서 퇴장할 분들이니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자 정 최고위원은 국민에게 사과했으며 비례대표 후보직을 사퇴했다.

  홍 대표가 조 교수를 공격하자 조 교수는 “집권당 실력자께서 일개 백면서생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니 감읍해야 하나요. 저는 ‘학생 가르칠 생각’ 항상 하고 있으며, ‘하루 종일’ 트위터하고 있지 않습니다. 과거보다 트위터를 많이 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한나라당 국정과 시정 연장을 막기 위함”이라는 트윗으로 맞받았다. 조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이 노인표 결집에 나선 모양”이라고 했다.

 그는 투표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유권자들이 트윗을 올리면 격려해 주는 ‘칭찬 릴레이’를 했을 뿐인데 한나라당이 지나친 트집을 잡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트윗이 “노인을 폄하하는 것 아니냐” “지지하는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세대 간 갈등까지 조장하느냐”는 등의 비판의 소지를 제공한 건 사실이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요즘 조 교수를 보면 정치하려고 뛰어다니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학계에서 “그렇게 정치를 하고 싶으면 교수직을 그만두고 정치를 하는 게 낫지 않으냐”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대의 한 학생은 23일 포털사이트 ‘스누라이프’에 이렇게 적었다. “박원순 쪽으로 기운 사람으로서 솔직히 (조 교수의) 이 발언은 잘못한 것 맞음. 우리 부모님은 확고하게 한나라당을 지지하지만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조 교수의 트윗과 이 학생의 글 중 어떤 게 이성적이고 성숙한 것일까. 조 교수는 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박성우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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