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구청장 vs 구청장 부인 … 무소속 득표율이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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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나라당으로 복귀해 3선을 노리는 전직 구청장이냐. 아니면 당선 무효로 물러난 민주당 출신 전직 구청장의 부인이냐.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기초자치단체장을 뽑는 양천구청장 선거에는 모두 5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한나라당 추재엽(56) 후보와 민주당 김수영(46) 후보, 진보신당 민동원(46) 후보, 무소속 정별진(43), 김승제(59) 후보다. 각 캠프의 판세 분석을 종합하면 한나라당 추 후보와 민주당 김 후보가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한나라당 경선 절차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무소속 김 후보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민선 3·4기에 양천구청장을 지낸 한나라당 추 후보는 업무 파악 없이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검증된 행정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임기가 끝나는 2014년까지 아파트형 공장을 유치하고 정보기술(IT)·미디어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또 신월~당산 간 경전철을 조기에 착공해 2017년까지 완공하고, 제2경전철 사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 후보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벌금 250만원이 확정돼 물러난 이제학(48) 전 양천구청장의 부인이다. 사회복지학 박사에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여성특보를 맡고 있는 김수영 후보는 복지공약을 전면에 내세운다. 여성일자리 뱅크를 만들고 일자리 정보화 전담팀을 신설해 구직자들에게 맞춤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양천 노인복지재단을 설립하고 구립 어린이집을 늘리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진보신당 민동원 후보는 재래시장 환경 개선과 각종 개발정책 재검토를, 무소속 정별진 후보는 공무원에게 창의적 업무 기회 제공을 내세웠다. 무소속 김승제 후보는 항공우주파크 조성을 각각 내걸었다.

 판세에 대해선 후보들의 주장이 다르다. 민주당 김 후보 측은 “초기에는 지지율이 10~15%포인트 뒤졌지만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의 연대 등을 통해 현재는 지지율이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추 후보 측은 “지난 16일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 결과 추 후보의 지지율이 48.8% 김 후보(29.8%)를 크게 앞서고 있다”며 “양천구에는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이 많다”고 주장했다.

 2008년 양천구 갑·을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두 명(원희룡·김용태)은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지난 8월 실시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도 양천구의 투표율은 서울 평균(25.7%)보다 높은 26.3%였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선 민주당 이제학 후보가 36.1%의 득표율로 무소속 추재엽 후보(32.3%)와 한나라당 권택상 후보(30.7%)를 누르고 당선됐다. 당시 이 후보는 여권 성향의 두 후보가 함께 나온 덕을 봤다. 이번 선거에서도 조직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진 무소속 김승제 후보가 얼마나 많은 여권 성향의 표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인지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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