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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사나이’ 강덕수 … “대형 M&A 더 안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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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강덕수 회장

21일 오전 9시30분쯤, 한국거래소 장이 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STX그룹 계열사들 주가가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영문 모를 주가하락에 STX그룹은 당황했다. 빗발치는 투자자들의 항의로 IR(Investor Relations)팀의 전화마저 마비됐다. 주가 하락의 원인은 증권가에서 돌기 시작한 STX그룹 자금 악화 루머였다.

 이에 강덕수(61) STX그룹 회장이 엄정 대처에 나섰다. 강 회장은 23일 “하이닉스 포기와 더불어 향후 대형 인수합병(M&A)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향후 그룹 주력사업 안정과 내실경영에만 전념하겠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2000년 쌍용중공업을 인수해 이듬해 STX로 사명을 바꾼 이후 연이어 대형 M&A를 성공시켰다.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범양상선(현 STX팬오션)·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 같은 회사들을 차례로 인수하며 그룹을 재계 14위(2011년 기준)로 키워냈다. 최근에도 하이닉스 인수에 참여하는 등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벌여 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M&A 시장만 열리면 STX의 이름이 거론되며 각종 루머에 시달려 왔다. STX 관계자는 “자금난 같은 루머가 돌면 수주전에서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해외 고객들은 자꾸 의심의 눈초리로 본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STX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 근거 없이 왜곡된 것 같다”며 루머에 대해 공식 해명했다. 또 “해외자산 매각과 STX에너지 기업공개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안정에 주력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STX그룹은 특히 악의적 루머 유포로 투자자, 이해관계자, 임직원 관계자에게 막대한 손실과 상처를 입힌 사람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성장 과정에서 악성 루머로 인한 많은 피해와 어려움을 겪어온 만큼 앞으로 다시는 이러한 루머로 피해를 보는 기업이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내년에 돌아올 만기 채권에 대한 논의 과정 중에 악의적인 루머가 돈 것 같다”며 “경기둔화 때문에 어느 정도 위험은 가져갈 것 같지만 유동성 문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STX그룹을 포함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같은 조선회사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부분 회사채를 발행했다. 자금조달을 위해서다. 그리고 그 만기가 내년에 도래한다.

 STX는 이미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STX 관계자는 “내년 1월 STX조선해양의 만기 회사채 상환에 필요한 소요자금 2000억원의 조달은 산업은행을 포함한 은행권과 협의해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해외 투자자산 매각을 내년 초까지 끝내 7000억원 이상의 자금도 확보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STX에너지 상장에 필요한 6000억원 상당의 자본 유치는 이르면 연내 또는 늦어도 내년 1분기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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