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을용 은퇴 … “2002 월드컵 4강 추억이 인생 버팀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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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 이을용(36·강원 FC·사진)이 은퇴한다. 23일 강릉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대구 FC와의 K-리그 홈 경기가 고별무대다. 이을용의 K-리그 통산 기록은 289경기 13골 12도움. 290번째 경기가 종착역이 됐다.

 이을용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다. 일곱 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다. 그는 “당시의 화려한 기억이 힘들 때마다 내 축구인생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도자로 새 출발 하기 위해 유니폼을 벗는다. 20일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을용은 자신의 롤 모델로 니폼니시 전 부천 감독,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세뇰 귀네슈 전 FC 서울 감독 등 세 명의 외국인 감독을 꼽았다.

 니폼니시 감독은 선수의 장점을 정확히 짚어냈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의 특성에 맞게 포지션을 정해줬다. 귀네슈 감독은 선수를 편안하고 자신있게 만들었다.

이을용은 옛 소속팀이자 현재 귀네슈 감독이 맡고 있는 터키의 트라브존스포르에서 연수한다. 지도자 자격증도 터키에서 따기로 했다.

 강원도로 돌아와 지역축구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을용은 “강원도에서 태어난 덕분에 늘 넘치는 주목과 격려를 받았다”면서 “강원 FC에 온 이유도 고향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쉬운 기억도 있다. 트라브존 소속이던 2006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그러나 가지 않았다. 타향살이에 지친 가족들을 생각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을용은 “그때 프리미어리그에 갔다면 내 축구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른다”며 웃었다.

강릉=글·사진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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