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줄였는데 더 넓어졌어요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박일한기자]

지난 9월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부천 역곡역 e편한세상 아파트 전용면적 66㎡형에 이사한 홍민표(가명,45)는 새 아파트에 대한 만족감이 크다.

홍씨가 이사 오기 전 살았던 아파트는 전용면적 85㎡형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집 크기를 줄여서 이사한 셈이다. 하지만 홍씨는 집 크기가 작아졌다고 전혀 느끼지 못한다.

발코니 확장을 통해 주어진 서비스면적이 13㎡나 돼 실제 사용하고 있는 주거 면적은 이전 집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아서다. 홍씨는 “방이나 화장실 숫자나 면적이 그 전 아파트와 차이가 전혀 없다”며 “서비스 면적이 넓은데 굳이 전용면적이 큰 주택형을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발코니 확장이 주택시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지난 2006년 1월 합법화된 후 5년 9개월이 지난 지금 주택시장은 발코니 확장형 천하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가 국내 시공능력 10위 이내 건설사에 확인한 결과 최근 입주하는 아파트의 80% 이상,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의 90% 이상은 발코니 확장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일부 물량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아파트가 발코니 확장형으로 공급되는 셈이다.

대림산업 디자인연구소 김상윤 연구원은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하고 초기 2년간은 발코니 확장을 원하지 않는 고객도 30% 정도까지 되는 등 혼조세였지만 지금은 일부 대형 주택형을 제외하고 거의 100% 발코니 확장형을 선택하고 있다”며 “이젠 처음부터 주택 설계를 확장을 전체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SK건설이 장안구 정자동에 지난해 분양한 수원 SK스카이뷰 3498가구는 모든 주택형을 확장형으로 공급한다.

SK건설 관계자는 “일부 계약자가 처음엔 확장형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른 아파트가 모두 확장형으로 지어지고 있어 나중에 시세가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느껴 결국 계약자의 100%가 확장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발코니를 확장하면 주택 내부 공간은 보통 20~30㎡ 정도 넓어진다. 발코니 확장비용 100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추가 분양가를 낼 필요 없이 훨씬 넓은 공간에서 거주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추가 공간이 생긴 발코니 확장 아파트가 아파트 시장에 대세가 되면서 주택시장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 래미안영통 마크원 전용 84㎡형 발코니 확장 전후.

중형같은 소형, 대형같은 중형…주택 크기 개념 달라져

가장 큰 변화는 주택 크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60㎡형 주택은 85㎡형과 비슷해지고 85㎡형은 105㎡형과 비슷해 졌다. 중대형인 105㎡에 살던 사람이 국민주택규모인 84㎡형에 살아도 별로 작아졌다고 느끼지 못한다.

삼성물산이 최근 수원 영통구에 분양한 영통 마크원 84㎡형은 44㎡나 되는 발코니 확장 공간을 서비스 면적으로 제공한다. 이 아파트를 사면 실내 공간이 대형 아파트 기준인 128㎡형과 똑같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요즘 주택시장에서 중형에 살다가 소형으로 이사 왔지만 실내 공간은 더 넓어졌다고 좋아하는 주택수요자가 많다”며 “발코니 확장으로 인해 넓어진 서비스 면적 때문에 소형이지만 중형 크기고, 중형이지만 대형 크기의 아파트가 쏟아지면서 사람들의 주택 크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평면 진화 이끌었으나 중대형 기피 원인 제공도

발코니 확장은 아파트 평면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중소형도 베이(전면 발코니 부분에 면하는 실의 수. 4베이면 발코니가 있는 전면에 ‘방-방-거실-방’이 모두 접해 있는 구조) 수가 크게 늘어나는 현상을 만들었다.

과거 2베이에 불과하던 60㎡이하 소형 주택도 4베이 이상 설계를 도입해 서비스 면적 극대화하는 아파트도 나타났다.

한강신도시 반도 유보라 59㎡형에 4.5베이가 적용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흐름에 따라 과거 정사각형에 가까웠던 주택 평면이 이제는 가로로 길어지면서 채광효과도 커진다.


현대건설 건축설계팀 박재용 팀장은 “아파트의 베이수가 한 개 늘어나면 전면과 뒷면에 생기는 발코니로 인해 서비스 면적이 평균 9㎡정도 넓어 진다”며 “베이 수가 많아지고 서비스면적이 늘어나면서 과거 주택 크기 개념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발코니 확장형이 대세가 된 것이 중대형 주택 기피 현상을 더 심화하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소형에 살아도 중대형에 사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 큰 주택 선호도는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분양대행사 더감 이기성 사장은 “최근 소형 선호 현상도 사실 과거 기준에 비하면 ‘넓어진’ 소형이 원인”이라며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려는 주택소비자 심리 반영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