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현대무용의 창시자인 마사 그레이엄의 이름을 딴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이 경영난을 이유로 창단 71년만에 문을 닫게 됐다.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과 댄스스쿨.주니어무용단 등의 산하조직을 갖고 있는 '마사 그레이엄 컨템포퍼리 댄스 센터' 이사회는 최근 무용단 운영중단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무용단측은 이미 지난달 26일부터 댄스스쿨과 주니어무용단의 활동을 중단한 상태. 무용단의 프란시스 메이슨 이사장 대리는 지난주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앞으로 운영자금을 찾아볼 계획이지만 지금은 자금이 바닥난 상태"라고 말했다.

연간 무용단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6백만달러. 무용단 공연 수익금을 제외한 실제 조달 가능 금액은 2백만달러라고 외신은 전했다.

무용단은 오는 8일 노스캐롤라이나 더럼에서 열릴 예정인 아메리칸 댄스 페스티벌과 9월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있을 기획공연 '마사 그레이엄과 폴 테일러의 유산'에 자금난으로 불참한다.

무용단은 그레이엄 여사 타계후에도 1995년 전세계 주요도시에서 '그레이엄 탄생 1백주년 기념공연'을 하는 등 레퍼토리개발과 우수한 인력의 스카우트에 주력해왔으나 최근 몇년 사이 무용단 운영을 둘러싼 예술감독 론 프로타스와 이사회의 내분이 심화된데다 경영난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무용단이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운영을 지속할 경우 올해 적자액은 50만달러(약 6억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2년전 매각한 뉴욕의 이스트 63번가 본부건물에 대한 임대비를 감당하지 못해 최근 새 스튜디오와 사무실을 물색해왔으나 여의치 않자 운영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급작스런 무용단 운영중단 소식이 알려지자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와 뉴욕시티발레 등 무용계를 비롯한 각지각층의 격려전화가 쇄도했으며, 일부 교수들은 당분간 무보수로 지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용단 창설자는 1991년 96세로 타계한 故 마사 그레이엄. 그는 1929년 뉴욕에서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을 결성했으며, 지난 90년 무용단을 이끌고 내한한 바 있다.

21살때 무용을 시작해 76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한 그레이엄여사는 20세기 현대무용 발전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