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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수영·태권도 … 14종목 33명 선수 “전원 메달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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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국내 최초로 8개 종목 14명으로 시작한 나사렛대 스포츠단은 2007년 9종목 15명, 2008년 11종목 19명, 2009년 12종목 27명, 2010년 13종목 38명, 2011년 14종목 33명으로 성장했다. 31회 전국장애인대회에 출전하는 유도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전국 유일 스포츠단 전국체전 메달 사냥

장애(뇌병변장애 1급) 정도가 심해 지도교사 조차 경기를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했지만 2008년 베이징장애인올림픽 보치아 종목에 출전, 당당히 금메달을 손에 쥔 박건우(21) 선수, 희귀병(감각신경장애)이라는 최악의 신체적 조건을 딛고 베이징장애인올림픽 수영에서 은메달과 동메달, 2010년 광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금·은·동을 목에 건 민병언(25) 선수, 고교 졸업까지 체육활동 한 번 해본 적 없던 학생이 수영 시작 20일 만에 전국대회 금메달을, 각종 경기에서 신기록을 수립하는 등 샛별로 떠오른 임우근(24) 선수, 지적장애 1급으로 지난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금메달을, 올해 인천대표로 출전하는 정승호(20) 선수 등 장애를 뛰어 넘어 삶의 희망을 찾은 감동 스토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언제나 가슴 뭉클하게 만든다. 주인공들은 모두 나사렛대학교 장애인 스포츠단이 배출한 보석들이다.

 나사렛대 스포츠 선수단이 17일부터 21일까지 경남 진주에서 열리는 ‘3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출전, 메달 사냥에 나섰다. 16개 시도에서 온 장애인 선수들이 27개 경기종목에 참가해 실력을 겨루게 된다. 나사렛대 스포츠단도 14개 종목에서 33명의 선수들이 출전해 전원 메달 획득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10회 광저우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한 사이클 진용식 선수 모습.

시련 딛고 떠오르는 유망주의 숨은 노력

#1. 유도 종목에 출전하는 정진웅(23·특수체육학과 4년·청각장애 3급) 선수.

중학교 1학년 때 취미로 동네 유도체육관에 다니며 각종 시도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비장애인들도 진학하기 힘든 대전체육고등학교 유도부에 입학했다. 고교 때 대전시 전국체육대회 선발전에서 1위, 비장애인과 함께 겨루는 전국체육대회에서 8강까지 진출하는 등 엘리트 선수로서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무리한 훈련으로 인한 허리부상, 이로 인한 수술과 재활치료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좌절을 겪어야 했다.

한때 ‘인생 포기’를 생각한 그는 부상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재활 끝에 첫 출전한 2006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73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무려 5년 연속 금메달을 따면서 국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2009년 타이베이농아인 국제올림픽에서도 은메달을 거머쥐며 세계 2위의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시련은 또 다시 찾아왔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공장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운동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22살 나이로 입학한 나사렛대에서 그는 진정한 선수로 거듭났다. 매일 밤낮없는 훈련을 한 그는 주특기인 허리기술로 6년 연속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2. 수영의 샛별 민병언(25·특수체육학과 3년, 지체장애 3급) 선수.

민군은 선천성장애로 말초신경과 근육 기능저하를 늦추기 위해 수영을 시작했다.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며 2006년 장애인 수영 선수로 등록한 이후 각종 국내 및 세계대회에서 승승장구하며 장애인 수영계의 박태환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2006년 남아공 더번 IPC 수영세계선수권대회 배영 50m 1위, 2007년 오사카 IPC 패럴림픽 배영 50m 1위, 50m 자유형 1위, 2010년 광저우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계영 200m 1위, 2006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금 2, 은 1, 2007·2008·2009·2010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4년 연속 3관왕 등 국내·외 할 것 없이 메달을 휩쓸었다.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장애인 수영 보급이 원활하지 못해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소, 지도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이번 체전을 위해 매일 새벽부터 주특기인 배영과 자유형, 평영 연습에 매진하며 3종목 금메달 석권을 바라보고 있다.

#3. 태권도 고수 이보경(20·특수체육학과 2년, 청각장애 3급) 선수.

앳된 얼굴의 평범한 대학생답지 않게 태권도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9년 타이베이 농아인올림픽 태권도 67㎏급 겨루기 금메달리스트다. 이양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청각장애인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한 태권도. 중학교 때 감독 눈에 들면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초·중·고를 거치며 꿈을 키웠고 마침내 고3 땐 타이베이 농아인올림픽에서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하지만 그는 나사렛대 입학한 후 휴학을 해야만 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이었다. 빚 보증을 잘못 섰던 아버지는 우울증에 시달렸고 최근 들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식당에서 일하며 생활비와 등록금을 마련했다. 그리고 올 하반기에 복학해 태권도 훈련에 임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는 항상 미소를 읽지 않은 학생이다. 그는 이번 대회 금메달 기대주로 손꼽히고 있다.

우수 선수 합류, 기대주들의 금빛 도전

나사렛대 스포츠단은 규모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올해는 우수한 신입 선수들이 합류해 어느 때보다 뛰어난 기량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수영 3관왕을 차지한 민병언과 2관왕 정규순을 비롯, 사이클 3관왕 진용식, 역도 3관왕 봉덕환, 유도 2관왕 정진웅 선수가 포진해 메달에 도전한다. 올해 신입으로 들어온 탁구 이지연, 조정 정승호, 수영 유효상 선수도 기대주들이다.

 나사렛대에는 16종목 33명의 선수가 있다. 장애구분과 관계없이 거의 전 종목에서 금빛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나사렛대 스포츠단은 장애인 운동에 대한 인식과 지원이 전무했던 2005년 우수 장애인들이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창단해 해마다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6년째 스포츠단을 이끌고 있는 조재훈 단장은 “스포츠단 선수들은 체육발전 유공자 훈장과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을 비롯해 대부분이 국가대표이거나 국내외 주요 경기에서 메달을 획득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라며 “국내외 주요 경기에서 메달을 획득하며 학교와 대한민국 승리를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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