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중국 1위 꺾은 안국현, 일본도 꺾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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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수, 백 불계승. 한국의 비밀병기 안국현(오른쪽)

116수, 백 불계승. 한국의 비밀병기 안국현(오른쪽) 3단이 13일 멋진 타개 솜씨를 선보이며 일본의 사카이 8단을 완파하고 2연승을 달렸다. 한국 랭킹 17위의 안국현은 전날엔 중국 랭킹 1위 저우루이양 5단을 격파하며 세계무대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두터운 행마에다 뒷심이 강한 안국현은 이창호 9단을 닮은 기사로 계산이 정확해 ‘안 박사’로 불린다.

11일 베이징 한국문화원에서 개막된 제13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한국 팀 선봉으로 나선 안국현 3단이 중국의 저우루이양 5단과 일본의 사카이 히데유키 8단을 연파하고 2연승으로 앞서 나갔다. 1992년생인 안국현은 프로 3년 차의 신예. 한·중·일 단체전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선 지난해 한국바둑리그 신안천일염 팀이 우승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면서 올해 하이트 진로가 2장으로 뽑아갈 만큼 위상이 높아졌다. 안국현이 첫 판에 꺾은 저우루이양은 현재 구리나 쿵제를 제치고 중국 랭킹 1위에 올라 있는 신흥 강자다. 하지만 중국이 자신만만하게 내놓은 저우루이양은 11일 일본의 1번 주자 다카오 신지 9단 한 명을 이긴 뒤 12일 복병 안국현에게 꺾였다. 중국 1위가 한국 17위에게 패배한 것이다. 당초 중국보다 약체로 지목되던 한국 팀은 안국현의 연승으로 사기가 크게 올랐다. 안국현은 14일 중국의 2번 주자(※탄샤오 5단으로 예상)와 대결한다.

한국 대표팀은 선발전에서 최강 이세돌 9단과 이창호 9단, 그리고 박정환 9단, 최철한 9단 등 랭킹 1~4위의 강자들이 모조리 탈락했다. 원성진(26) 9단, 김지석(22) 7단, 강유택(21) 4단, 안국현(19) 3단 등 젊은 대표팀이 탄생했다. 여기에 주최 측 ‘와일드카드’로 이창호 9단이 합류했다. 이창호 본인도 “부담스럽다”며 사양했지만 이세돌을 제치고 다시 한번 이창호가 선발됐다. 한국은 농심배 11번의 대회 중 10번 우승했는데(중국은 1번) 이 10번 중 이창호 9단이 책임진 우승이 무려 8번이다. 농심배에는 이창호 카리스마가 존재한다.

  하지만 한·중 대표팀의 명단이 공개되자 전문가들은 대부분 ‘중국 우승’을 점쳤다. 일본도 야마시타 게이고 9단(본인방), 하네 나오키 9단(기성) 등 최강의 팀을 짰지만 젊은 명인 이야마 유타 9단이 빠져 거의 위협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중국은 구리 9단, 박문요 9단, 셰허 7단, 저우루이양 5단, 탄샤오 5단으로 구성돼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문요는 세계대회 우승자고 저우루이양은 랭킹 1위, 셰허는 랭킹 2위, 18세의 떠오르는 별 탄샤오는 랭킹 3위다(※구리는 4위). 중국은 랭킹 1~4위와 8위(박문요)가 나오는 데 반해 한국 팀은 이창호 9단의 랭킹(4위)이 가장 높고 원성진(5위), 김지석(9위), 강유택(13위), 안국현(17위) 순이다. 하지만 비밀병기라 할 안국현이 저우루이양을 격파하며 초반 분위기를 180도 바꿔놓았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등 단체전에서 특히 강했고 농심배에서도 언제나 기적적인 역전승을 거두곤 했다. 그 주역인 ‘큰형님’ 이창호 9단과 막내 안국현이 힘을 합쳐 다시 한번 멋진 드라마를 펼쳐 주기를 팬들은 고대하고 있다. 안국현의 기풍은 종반 뒷심이 매우 강해 대표적인 ‘이창호과’로 분류된다.

박치문 전문기자<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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