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EU ‘오렌지 공주’ 살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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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율리아 티모셴코(Yulia Tymoshenko·50·사진) 전 우크라이나 총리가 11일 권력남용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자 러시아와 미국·유럽이 동시에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Viktor Yanukovych·60) 대통령이 정적인 티모셴코를 제거하기 위한 정치탄압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우크라이나 국민도 티모셴코의 사진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티모셴코는 2004년 우크라이나 민주 시민혁명인 ‘오렌지 혁명’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앞서 11일 우크라이나 법원은 재판에서 티모셴코에게 징역 7년형을 선고했다. 또 형기를 마치고도 3년간 공직을 맡을 수 없도록 했으며, 15억 그리브나(약 2223억원)의 벌금도 부과했다. 법원은 “티모셴코 전 총리가 2009년 러시아와 10년간의 천연가스 수입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기업인 나프토가즈에 가격을 높게 책정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며 “그가 자신의 권한을 범죄적 목적을 위해 고의로 사용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베이징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12일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와의 가스계약을 문제 삼는 것은 위험하고 비생산적인 일”이라고 경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문제가 된 가스 수입계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법을 엄격하게 준수한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미국은 티모셴코에 대한 판결이 “정치적 동기를 가진 탄압”이라고 했고, 유럽연합(EU) 측은 “이번 판결은 협력 협정을 포함해 EU·우크라이나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의 캐서린 애슈턴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성명을 통해 “12월 최종합의를 앞두고 있는 EU·우크라이나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재검토하겠다”며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했다.

 8월 권력남용 혐의로 긴급 체포돼 구금시설에 수감돼 있는 티모셴코는 이날 재판정에서 판사가 판결문을 다 읽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 “스탈린이 피의 숙청을 벌인 1937년의 억압이 우크라이나에 되돌아왔다”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유럽 법정에서 싸워 나의 명성을 지킬 것이다. 우리는 강해져야 하고, 우크라이나를 전제주의로부터 구해야 한다”며 판결에 불복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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