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사이버 거래, '설마'가 돈날린다

중앙일보

입력

5살짜리 딸을 둔 주부 이모씨는 유니텔 주부동호회 알뜰시장 코너에서 9만원짜리 한글교재를 구입했다.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상대방의 말을 믿고 기쁜 마음에 돈을 보냈던 이씨는 배달된 책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낡은 교재는 다시 들춰볼 수 없을 정도였고 상대방이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았으니 후회해도 이미 늦은 일이었다.

인터넷과 통신을 이용하는 주부들이 늘면서 알뜰교환 코너나 인터넷 경매사이트가 물품 구매의 장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항상 원하는 물건을 싼 값에 구매하는 것은 어려운 일. 믿고 샀던 물건이 예상과 다른 경우엔 꼼짝없이 아까운 돈만 날리게 된다.

인터넷 사이트로 경매를 신청할 경우에도 약관을 잘 읽어 보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피아노 경매를 신청한 강모씨는 해약을 하려고 하자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규정에 당황했다.
피아노 가격의 10%에 해당되는 돈을 내야한다는 규정을 몰랐던 그는 아까운 돈을 손해봤다는 생각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컴퓨터모니터를 경매 신청한 후 낙찰되기 전 신청을 취소했다가 거절당한 민모씨도 비슷한 경우. 낙찰 확정일로부터 일정기간까지만 경매 취소가 가능하다는 구체적인 약관을 몰랐던 것이 화근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경매 사이트는 50여개를 넘어선 상태.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안현숙 과장은 "좋은 물건을 싼 값에 구매하기 위해서는 경매 사이트마다 조금씩 다른 운영방식을 잘 파악하고 회원가입시 약관을 숙지해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피해야 한다" 고 조언한다.

하지만 배달이 지연되거나 낙찰받은 물건이 원래의 것과 다를 때는 피해구제의 대상이 된다.

휴대용 미니카세트를 낙찰받았으나 배달이 약속된 날짜보다 지연돼 환불을 요구한 윤모씨의 경우엔 전자상거래 표준약관에 의해 지연기간 동안의 피해 보상까지 받을 수 있다.

또 경매 사이트업체에서 계좌번호를 잘못 알고 판매가 취소된 경우에도 구매자는 물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구제대상이 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인터넷 경매를 통해 알게된 상대에게서 중고차를 구입한 홍모씨는 도착한 자동자가 사고차량임을 알고 뒤늦게 발을 동동 굴렀다.

유일하게 알고 있던 상대의 핸드폰 번호는 아무 응답이 없고, 소비자보호원에 호소했지만 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거래를 할 경우엔 책임이 당사자에게 있으므로 아무런 구제방법이 없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새 사무용품을 4분의1 가격에 주겠다는 제안에 속아 2백90만원어치의 컴퓨터.복사기 등을 구입한 김모씨도 같은 경우. 2005년까지 무상 A/S약속까지 받아놨건만 막상 도착한 것은 2백90만원의 값어치도 못할만큼 낡은 물건들이었다.
개인간 직거래였기 때문에 구제방법도 없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직거래가 가능한 사이트를 이용할 때에도 직접 만나 물건을 확인한 후 대금을 주거나 액수가 적은 제품만 거래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충고한다.

또 핸드폰 번호 외에는 업체의 신상이 노출되지않는 경매 사이트나 구매 상대자는 거래를 삼가는 것이 좋다.

안전한 인터넷 경매물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네티즌들 사이의 입소문 등을 참고해 경매 중개업체의 신뢰도를 따져 보고 중개 서비스를 얼마나 안전하고 신속히 처리해주는지 체크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의 나윤희 실장은 "물건을 팔고자 할 때는 회원 수가 많고 거래가 활성화돼 있는 사이트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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