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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 자른 야니, 음악도 경쾌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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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야니

남자가 머리를 싹둑 잘라낼 때, 그 비장한 심경을 누가 모를까. 결연한 의지를 다지며 세상에 이렇게 공표하는 거다. “전혀 다른 내가 되겠노라.”

 그리스 출신 뉴에이지 뮤지션 야니(Yanni·57)가 꼭 그랬다. 올 초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장발을 단정하게 다듬었다. 짙은 콧수염도 정리했다. 8년 만에 19번째 정규앨범 ‘트루스 오브 터치(Truth of Touch)’를 발표하면서다.

 이 앨범에서 그는 이전과는 다른 음악 문법을 펼쳐 보였다. 장엄함 대신 경쾌함을, 화사함 대신 단정함을 택했다. 라틴·인도 음악은 물론 힙합까지 끌어안으며 다채로운 변주도 시도했다. 전세계적으로 3500만 장이 넘는 앨범을 판매한 이 ‘거장’ 뮤지션의 파격이 흥미롭다.

 야니가 단정해진 머리만큼이나 정갈한 음악을 들고 서울에 온다. 14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16년 만에 내한공연을 펼친다. 야니를 e-메일로 만났다.

 -외모 변화가 눈에 띈다.

 “개인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싶어 25년간 고집했던 장발을 정리했다. 설마 내 긴 머리칼과 콧수염 때문에 (대중이) 음악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건가? 하하.”

 야니는 여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익혔다. 한때 그리스 국가대표 수영 선수로도 활약했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건 대학 때 신시사이저를 접하면서다. 피아노와 다른 전자음에 매료된 그는 록밴드를 거쳐 1984년 뉴에이지 솔로 음반을 냈다.

 -뉴에이지 음악의 개척자로 불리는데.

 “뉴에이지는 어떤 규칙이 없는 음악이다. 나는 늘 음악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그리스 아크로폴리스, 인도 타지마할, 중국 자금성 등 세계적인 유적지에서 공연을 꾸며왔다.

 “1993년 아크로폴리스 공연을 통해 전세계 2억5000만 명에게 내 음악을 들려줄 수 있었다. 요즘도 여러 나라의 유서 깊은 곳에서 공연을 열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특별한 장소에서도 의미 있는 공연을 해보고 싶다.”

 이번 내한공연에선 야니의 건반 연주와 더불어 세계적 연주자 15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협연을 펼친다. 19집 수록곡뿐 아니라, 대표곡인 ‘산토리니(Santorini)’ ‘노스탤지아(Nostalgia)’ ‘디자이어(Desire)’ 등도 들려줄 예정이다. 그는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를 기대한다”고 했다. 02-3141-3488.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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