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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 “호동이 사건 때 나도 관두려 … 충격 커도 좋은 경험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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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는 강호동의 예능 멘토로 알려져 있다. 아니, 실제 그렇다. 씨름 선수였던 그에게 개그맨의 길을 열어줬고 역할을 맡을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05년, 연말 시상식에서 강호동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이경규 선배님께 이 상을 바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고, 이듬해 결혼식 주례도 이경규에게 부탁했다. 그런 후배가 탈세 의혹으로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모든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선배는 참담한 심경이었다. 은퇴 선언 직후 이경규는 강호동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얘길 나눴나요.

 “대화가 잘 기억이 안 날 만큼 울었어요. 내가 먼저 눈물이 나버렸고 호동이가 따라 울었어요. 잘 결정했다고, 훌륭한 결정이라고 해줬어요. 30년 동안 이 바닥에 있었는데 미안하다고, 도움 못 줘서 미안하다고 했어요.”

●각별한 후배인데 마음이 많이 아팠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호동이 일을 지켜보면서 ‘나도 관둬야 하는 게 아닌가’ 심각하게 생각했어요. 과연 저것이 방송을 관둘 일인가. 그렇게 환호하고 좋다고 해놓고 하루아침에 등을 돌릴 수 있을까… 물론 여전히 많은 사람이 호동이를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서운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겉으로는 그런 척하는데 감싸안으면서 가질 않아요. 조금만 문제가 생기면 토사구팽하는 시대가 정말 가슴 아픕니다. 한번 좋아하면 죽을 때까지 좋아해야지….”

●강호동씨는 좀 괜찮던가요.

 “모두가 좋아하다가 갑자기 버려졌으니까 충격이 크죠. 그래도 다시 돌아오면 돼요. 이번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 힘으로 새로운 레퍼토리를 가지고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을 거예요. 좋은 경험인데… 가혹한 경험이죠.”

●잠정 은퇴가 진짜 잘한 결정일까요.

 “인기도 그렇지만, 사람이 한 번 올라가면 한 번은 내려오는 걸 경험할 줄 알아야 해요. 그러니까 내려놓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지금까지 달려만 왔으니까 개인적으로 쉬는 기간을 갖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것도 좋아요.”

●본인도 그런 기간이 있었나요.

 “1992년 ‘몰래 카메라’가 종영되고 ‘일밤’ 진행자가 이홍렬, 이문세, 이휘재로 교체됐을 때 많이 힘들었어요. 어느 순간 보니까 내가 ‘도로 위의 양심’이라고 해서 양심의 대명사가 돼 있었어요. 어차피 나는 코미디언인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굉장히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때가 30대 후반이었는데 일본으로 1년 동안 유학을 떠났어요. 말이 유학이지 그냥 놀고 쉬었어요. 일본 TV 많이 보고.”

●도움이 됐나요.

 “그럼요. 일본에서 8개월쯤 지나니까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본 생활이 다른 사람들한텐 화려해 보여도 만날 똑같고 식상하고 지겨웠어요. 새롭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한국에 와서 프로그램들을 하는데 사람들이 너무 오버한다고 뭐라 하대요. 난 진짜 즐거워서 그런 건데. 하하.”

글=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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