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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View 파워스타일] 김세연 국회의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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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면

아버지는 정치인이었다. 아들이 열 살 때 정치를 시작한 아버지는 5선 의원을 지냈다. 아들은 어디서나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정치인의 자식’으로 사는 게 힘들었다. “내 아이들은 이렇게 살지 않게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2011년, 아들은 집권 여당의 원내부대표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 ‘민본 21’ 간사로 당 지도부와 정치 현안에 대해 뼈 있는 논평을 마다하지 않는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나사 풀린 교육 당국자들을 질타한다. 대표 발의한 법안만 33건에 이른다. 부친 김진재 전 의원에 이어 정치에 뛰어든 한나라당 김세연(39·부산 금정·초선) 의원의 현재다.

 그토록 꺼리던 정치를 택한 것은 일종의 사명감 때문이었다. 아버지 이름과 동일시되다시피 하던 지역구가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것을 두고 보기가 힘들었다. 아버지 명예도 지키고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보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승수 전 총리의 딸인 아내에겐 “정치 안 한다”고 했던 말을 못 지켜 미안한 마음이다. 정치인 가족이 얼마나 힘든지를 둘 다 너무 잘 알고 있어서다. 그래도 네 살배기 쌍둥이 아들들을 보거나 여섯 살 된 딸이 지난해에 써 준 쪽지①를 보면 큰 힘이 된다. “아빠, 보고 싶어요. 그리고 몸조심하세요. 사랑해요. ○○ 올림.” 코팅을 해서 웃옷에 넣고 다닌다. 항상 갖고 다니는 것 중에는 아내가 10년 전 생일선물로 준 지갑②도 있다. 아버지가 주신 벨트③도 12년이 됐지만 요즘도 거의 매일 맨다.


 정치를 시작한 2008년에 비해 지금은 스타일에도 여유가 생겼다. 동일고무밸트㈜ 부회장 등 사회생활을 10년 넘게 했지만 만 36세에 국회에 입성했을 땐 어려 보이는 외모가 고민이었다. 그래서 나이 들어 보이려 ‘2:8 가르마’를 만들었다. 양복도 원숙해 보이는 회색을 자주 입었다. 동그란 안경 테도 각진 것으로 바꿨다.

 그러다 한두 달 전부턴 가르마를 안 한다. “자연스러운 게 좋다”는 가족들의 조언 때문이다. 대학(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시절 좋아하던 청바지·면바지는 주말에도 지역 내 행사를 다녀야 하니 입기 힘들지만 요즘은 양복이라도 좋아하는 색깔(감색)을 택한다. 국회의원 296명 중 네 번째 ‘부자 의원’(2011년 기준 재산 825억원)으로 소문났지만 한 번 옷을 사면 ‘교복처럼’ 연속 5~6년 동안 입는다.

 좋아하는 문구는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이다. 그동안 해 왔듯 앞으로도 탈북자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배려하고, 지방분권이 잘 되도록 하고, 한국이 우주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차근차근 노력하겠다는 게 정치적 포부라면 포부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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