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입은 미녀 해변에서 원더우먼처럼 갑자기…北 노래방 뮤비 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리 동해는 좋기도 하지' 뮤직비디오 장면 [사진=유튜브 캡쳐]


북한에서는 노래방을 '화면 반주 음악실'이라고 부른다. 노래에 맞춘 뮤직비디오가 가사와 함께 흐르고 이를 따라부르는 건 한국 노래방과 똑같다. 그런데 북한 노래방 기기에 들어가는 뮤직비디오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 뮤직비디오가 최근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에 올라왔다. 하나같이 노래 가사에 맞춰 영상을 짜집기하는 어설픈 형식을 띄고 있다. 1980년대 우리나라에서 뮤직비디오가 처음 등장할 때와 유사하다.

'우리 동해는 좋기도 하지'라는 뮤직비디오에는 한복을 입은 3명의 여성이 바다의 부두를 배경으로 차례로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뒤쪽에는 북한 인공기가 선명한 선박도 보인다. 특이한 건 바닷가 모래언덕에 한복을 입고 나타난 여성들이 갑자기 원더우먼처럼 수영복을 입은 모습으로 순식간에 바뀐다. 이 영상 군데군데 북한 현실과는 맞지 않는 요트나 하이킹, 바닷가 야영 장면 등이 나온다. 뮤직비디오 조차 체제 선전용으로 제작되고 있음을 짐작케한다. 이 뮤직비디오는 함흥에서 촬영됐다고 마지막에 소개하고 있다.

'아침이슬'(위)과 '내 이름 묻지마세요'(아래) 뮤직비디오 장면 [사진=유튜브 캡쳐]


엉성하면서도 체제선전용으로 뮤직비디오를 꾸미는 것은 다른 노래에서도 마찬가지다. 양희은이 부른 '아침이슬'의 북한 노래방 영상버전은 체제선전의 백미다. 영상 중간 중간에 한국의 시위장면이 삽입돼 있다. 북한판 아침이슬은 북한 가수 리기복(남)이 불렀다. 작사·작곡가로 김민기를 소개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네티즌들은 "한국 노래인데, 북한에서 애창된다는 게 기이하기만 하다"며 신기해 했다.
가수 리경숙의 노래 '내 이름 묻지마세요'의 영상은 그나마 스토리를 가미돼 있지만 이 역시 북한의 체제선전 의도가 다분히 깔려있다. 이 뮤직비디오는 평양에서 촬영됐다. 한 남성 사진사가 우연히 알게 된 여성의 사진을 찍으며 몰래 짝사랑하다 마침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성은 세련된 프린트 치마와 헤어밴드 등을 착용하며 상당한 패션수준을 보인다. 평양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 등도 담겨 있다.

이 영상에는 무려 100개의 댓글이 달려있다. 네티즌들은 "북한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음악과 영상이 1980년대를 연상케 한다" "재미있는 영상이지만 이것은 북한의 실제 모습이 아니다" "마치 북한의 선전 영화를 보고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유혜은 리포터

▶'내 이름 묻지마세요' 뮤직비디오 보러가기
▶'아침이슬' 뮤직비디오 보러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