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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만의 이야기로 앨범 만들기

중앙일보

입력


“결혼 사진이 다 그렇지”라는 건 옛말이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천편일률적인 사진 대신 평범하게 데이트하는 장면을 찍거나, 둘이 처음 만난 장소를 찾아가 웨딩 촬영을 하기도 한다. ‘나만의 컨셉트가 있는 결혼 사진’이 대세다. 10년 후에도, 20~30년 후에도 촌스럽지 않고 기억에 남을만한 결혼 사진이다.

10월에 식을 올리는 예비신부 김민아(26·분당구 수내동)씨는 책에 둘러싸인 서고에서 결혼 사진을 찍었다. 남편을 처음 만난 곳이 10년 전 함께 다니던 학교의 도서관 앞이었기 때문이다.

“둘 다 우리만의 개성이 살아있는 결혼 사진을 찍길 원했어요.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튜디오를 찾아, 사진사와 상의를 했죠.” 책과 만화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과 도서관 앞에서 처음 만난 의미를 되새겨 스튜디오를 서고처럼 꾸며 촬영하기로 했다.

옷도 평상복을 준비해 갔다. “저는 내추럴한 스타일을, 남편은 힙합 스타일을 좋아해요.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우리가 결혼하게 됐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각자의 취향대로 입고 촬영했어요. 사진을 찍을 때도 ‘최대한 자연스럽게’가 컨셉트였고요.”

이예린(30·서초구 반포동)씨의 결혼 사진에는 신랑과 드레스를 고르러 가고, 친구들과 파티를 열고,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데이트하는 이씨 부부의 모습이 담겨 있다. 3일에 걸쳐 촬영된 이 사진들은 2008년 겨울 결혼당시 “인위적으로 찍는 스튜디오 사진 말고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남기면 어떠냐”는 남편의 생각에서 시작됐다.

사진에는 예비부부의 풋풋함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이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신랑신부 친구들이 함께한 파티’를 꼽았다. 레스토랑을 빌려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난 후 신랑이 프러포즈를 했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고 반지를 주며 프러포즈를 한 순간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족과 친구들이 입을 모아 “잘 나왔다”고 칭찬하는 사진도 있다. 신혼집에 당당히 걸려 있는, 청계천과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데이트하는 장면이다. 포토그래퍼를 의식하지 않은 채로 거리에서 붕어빵을 사먹고, 팔짱을 끼고 걸으며 데이트를 즐겼다. “지금 봐도 자연스러워서, 이렇게 사진을 남기길 잘했다고 남편과 얘기하곤 한다”는 것이 이씨의 말이다.

‘나만의 결혼 사진’으로 결혼 앨범을 만든것은 비단 이씨와 김씨 부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첫 소개팅 장소이자 데이트 장소였던 남이섬에서 결혼 사진 촬영을 한 부부가 있는가 하면, 졸업한 초등학교에서 촬영을 한 초등학교 동창 부부도 있다. 바비인형 회사에서 근무하는 신부가 부부의 얼굴을 쏙 빼 닮은 인형을 만들어 와 함께 촬영을 하기도 한다.

이런 나만의 결혼 사진 열풍이 생긴 것은 어림잡아 7~8년 전이라고 원규&노블레스 스튜디오 계지언 실장의 설명이다. 디지털 사진기가 많아지면서 컷 수에 제한 받지 않는 자연스럽고 다양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는데 이와 맞물려 결혼 사진도 변화를 겪었다는 것. “또 다양한 배경과 컨셉트로 촬영 할 수 있는 스튜디오들까지 늘면서 예비부부들이 자신들의 개성에 맞는 곳을 찾게 됐다”고 계 실장은 설명한다.

화제를 몰고 온 TV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도 이런 변화에 가속도를 붙였다. 양군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양의철 실장은 “출연 연예인이 어디서 촬영을 했다고 소문이 나면 그 스튜디오가 한동안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다”며 “덕분에 결혼 사진 시장은 최근 2~3년 사이에 급속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신랑신부들이 더욱 성숙해져 소문과 인기에 휩쓸리기 보다는 본인들의 분위기에 맞는, 자신들이 원하는 사진을 잘 찍어줄만한 스튜디오를 고른다.

촬영에 임하는 신랑들의 태도도 재미있게 바뀌었다. TK레트로 김영찬 이사는 “과거에는 웨딩 촬영이 신부 위주였는데 요즘 신랑들은 스튜디오 선택과 촬영에도 적극적일 뿐아니라 사진 후반 작업인 리터칭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나만의 결혼 사진, 포토그래퍼와 사전 회의 필수

나만의 결혼 사진은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사진을 만들기 위해 거의 모든 포토그래퍼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사전 회의’다. 물론 사전 회의를 하기 전에 본인이 원하는 개념을 확실히 정할 필요가 있다. 분위기나 시안이 될 만한 잡지, 사진 같은 이미지를 회의 때 들고가면 효과적이다.

특히 “사전 미팅 때는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양의철 실장(양군 스튜디오)은 설명한다. 부부가 원하는 그림, 또 포토그래퍼가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를 함께 의논하다 보면 공감대가 생기고 친밀해진다. 친해지고 나야 진행이 원활해진다. 먼저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 부부의 표정이 부드럽다. 찍는 사람을 의식하지 않아 자연스러운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상대를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누른 셔터와 그렇지 않은 것의 결과는 판이하다”는 양 실장은 “싫고 좋은 점을 공유하고 좋은 부분을 이끌어내는 것이 사진의 질을 가른다”고 말했다.

사전 회의가 끝난 후에는 소품을 준비하면 된다.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문구가 적힌 피켓과 그밖에 촬영에 필요한 소품 준비는 대부분 부부의 몫이다. 앞서 나온 김민아씨는 서고에 꽂을 책을 채우기 위해, 촬영 날 여행용 캐리어에 책과 만화책을 가득 싣고 왔다.

직업군을 드러내는 소품도 많이 등장한다. 스튜어디스는 승무원 복을, 운동선수는 유니폼을 가져와 촬영에 이용하는 식이다. 김영찬이사(TK레트로)는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 요리사였던 신부를 꼽았다. “본인이 요리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다며 직접 재료를 준비해 왔더군요. 음식은 촬영이 끝난 후 스태프들과 나눠 먹었죠.” 소품 준비 전에는 다른 부부들의 결혼 사진을 검색해보는 것도 좋다. 내가 생각지 못한 소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실제 촬영인데, 이때 역시 찍는 이와의 교감이 중요하다. 싫고 좋은 것을 분명히 말로 전달해야 포토그래퍼가 이해할 수 있다. 계지언 (원규&노블레스)실장은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다가 촬영 후에 섭섭해 하는 신부들이 있다”면서 “사진은 모델과 포토그래퍼가 함께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사진을 찍을 때 적극적인 사람들은 좋은 사진을 한 장이라도 더 건지게 되지만, 매사 부정적이거나 의견을 얘기하지 않는 사람은 그 반대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포토그래퍼들이 말하는 사진이 잘 나오는 노하우

신부들의 경우 날씬해 보이기 위해서 촬영 전날 밥을 굶기도 하는데 이 경우 당일 급격한 체력 저하를 보이기 십상이다. 전문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체력 저하는 얼굴에 금세 드러난다. 사진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포토그래퍼의 의욕을 꺾을 수 있다. 잠은 푹 자고 밥은 꼭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 “많이 먹어 불룩 나온 배는 포토숍으로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김영찬 이사(TK레트로)의 조언이다.

불룩 나온 배보다 중요한 것은 바른 자세다. “목이 자라목처럼 나와 있고 허리가 굽어있는 사람이 많다. 이럴 때는 자세만 잡다가 촬영이 끝나는 경우도 있다”고 계지언 실장(원규&노블레스)은 말한다. 특히 웨딩드레스를 입으면 어깨와 목, 가슴선과 허리까지 드러나기 때문에 자세가 좋지 않으면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없다. 자세는 포토숍으로도 보정이 되지 않는다.

보통 좋지 않은 자세는 핸디캡이 있어서인 경우가 많다. 큰 가슴을 가리려다 어깨가 움츠러들었거나 하는 식이다. 핸디캡에 연연하면 어떤 포즈도 자연스러울 수 없다. “핸디캡에 신경을 써 그것만 극복하고 나머지를 놓치는 신부를 종종 본다”는 계 실장은 “버릴 건 빨리 버리고 잘하는 부분을 부각시키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양의철 실장(양군 스튜디오)은 “우리의 소중한 추억을 행복하게 담아보자고 생각하고 편하게 임한다면 충분히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촬영 전에 거울을 보며 어깨와 허리를 펴는 바른 자세를 연습해두면 촬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웃는 연습을 해두는 것도 좋다.

카메라가 없다고 생각하고 부부가 현장을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고개를 심하게 흔들며 웃거나 손으로 얼굴을 가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

얌전히 있는 것이 어색하다면 좀 더 과장된 동작을 취해보자. 어깨나 허리, 팔의 각도를 평소보다 과하게 꺾어주면 모델과 비슷한 느낌의 사진이 연출된다.

내게 있어 유난히 사진이 잘 나오는 각도가 있다면 슬쩍 알려줘도 좋다. “오른쪽에서 찍은 사진이 잘 나온다고 말한 신부의 사진을 모두 오른쪽으로 찍은 경우도 있다”고 김영찬이사(TK레트로)는 덧붙였다.

[사진설명] 1.김민아(26)씨와 유동환(28)씨의 결혼 사진. 10월 초에 결혼하는 이들 부부는 도서관 앞에서 처음 만난 인연을 추억하기 위해 책이 가득한 서고 앞에서 결혼 사진을 찍었다.2.결혼준비 과정을 담은 이예린씨의 결혼 사진. 드레스를 가봉하고, 덕수궁에서 데이트를 하고, 친구들과의 파티에서 프러포즈를 받은 그때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다.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TK레트로" 제공, 양군 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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