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창문 닫는 계절, 먼지는 어떡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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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쓸고 닦아도 소용없다. 조용히 내려앉은 먼지는 어느새 틈새까지 들이찬다. 봄철 황사가 무섭다지만 가을·겨울에도 먼지의 습격은 계속된다. 건조한 대기, 한층 두꺼워진 옷과 이불, 쌀쌀한 날씨 탓에 굳게 닫힌 창문. 전황은 더 불리하다. 먼지와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먼저 적을 알아야 한다.

글=조현숙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사진 제공=광주과학기술원 대기입자공학연구실 박기홍 교수
도움말=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 김윤신 한양대 산업의학교실 교수, 문경환 고려대 보건과학연구소장

흙먼지·섬유먼지

먼지 하면 곳곳에 부옇게 앉아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햇볕 아래 풀풀 날아다니는 섬유먼지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둥둥 떠다니는 흙먼지를 현미경으로 보면 꼭 돌덩어리처럼 생겼다. 사실 이런 먼지는 우리 몸에 큰 해를 끼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먼지는 그만큼 덩치가 크다는 뜻이다. 그 크기 때문에 몸 깊숙이 들어오지 못하고 대부분 콧물·침·가래 등에 섞여 배출된다.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런 큰 먼지는 코 한 번 풀면 해결”이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먼지가 진짜 문제”라고 강조했다.



주방 먼지

주방은 먼지공장이나 마찬가지다. 조금만 부주의해도 몸에 해로운 미세먼지와 부유(浮遊) 미생물을 대량 생산하는 장소로 변한다. 가스 불을 켤 때부터 요리를 마치고 나서까지 기체와 함께 많은 양의 먼지가 나온다. 성분은 수많은 요리 재료와 조리법만큼이나 다양하다.

이 중 주목받고 있는 성분이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s)’다. 고리 모양의 벤젠 여러 개가 이리저리 얽혀 있는 화합물질을 뜻한다. 종류만 수백 가지에 달하는데 발암물질로 밝혀진 것이 다수다.

주방 화학먼지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려면 환기가 가장 중요하다. 레인지 후드(주방용 환풍기)는 도움이 안 된다. 냄새만 제거할 뿐 나쁜 먼지를 제대로 없애지 못한다. 조리할 때 꼭 창문을 열어 둔다. 또 요리할 때 음식을 태우지 않도록 조심한다. 탄 음식은 소화기뿐 아니라 호흡기에도 독이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생물도 우리 건강을 위협한다. 문경환 고려대 보건과학대 교수는 “주방 위생을 게을리하면 포도상구균 같은 부유 미생물이 대량으로 먼지에 섞여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곰팡이로 대표되는 진균류도 위험 인자다. 부유 미생물을 줄이려면 음식물쓰레기부터 제때 치우자. 꼼꼼한 주방 청소와 환기도 필수다.

진드기 등 벌레에서 나온 먼지

진드기·바퀴벌레 등 집 벌레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흔적을 남긴다. 집 해충의 배설물과 사체 부스러기는 바로 먼지로 ‘환생’한다. 알레르기와 질병의 원인이 된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지 진드기가 있다. 개체 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가을·겨울철 춥고 건조해 진드기가 줄겠거니 방심해선 안 된다. 바깥 기온은 들쭉날쭉할지 몰라도 집안은 늘 벌레가 살기 좋은 온도를 유지한다. 집 진드기는 습도에 예민하다. 사람의 땀이 묻어 있는 이불이나 카펫은 가장 좋은 번식지다. 왕도는 없다. 진드기가 살기 좋은 이불·카펫·옷 등은 자주 털고 세탁해 줘야 한다.

자동차 매연

화석연료 사용이 늘면서 집 안 공기도 나빠지고 있다. 자동차에서 흘러나온 먼지는 중금속·그을음 등 각종 유해 물질을 많이 포함한다. 차도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집이라면 자동차 배기 먼지를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도로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찻길에서 약 20~50m 멀어지면 매연이 많이 줄어든다.

문제는 주차장이다. 김윤신 한양대 의대 교수는 “주차장을 갖춘 단독주택은 자동차 배기 먼지에 특히 취약하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고 경고한다. 자동차 시동을 켜고 끌 때 나오는 매연이 실내로 들어오지 않도록 문단속에 유념한다. 주차장 설계 때부터 이를 감안하는 것도 좋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쌓인 매연도 계단을 타고 실내에 흘러 들어올 수 있지만 단독주택만큼은 아니다.

담배 먼지

담배도 실내 공기를 더럽히는 주요인이다. 부옇게 흩어지는 담배 연기는 수천 종의 독성물질이 뒤섞인 유해먼지 그 자체다. 담배 연기의 가장 큰 문제는 벽지·가구 표면 등 집안 곳곳에 침착된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몸에 해를 끼칠 수 있다.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금연이다. 담배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면 집 밖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원칙을 지키자. 담배를 다 피웠다고 해서 당장 집으로 향해선 안 된다. 담배를 다 피운 이후에도 수분간 폐에서 연기가 나온다. 가족 건강을 생각해 야외에서 담배를 다 피우고 난 뒤 최대한 시간을 두고 집 안으로 돌아오는 것이 좋다.

먼지 청소는 이렇게

집 안 먼지를 줄이는 첫째 방법은 환기다.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번 환기를 해 준다. 한 번에 10~20분이면 충분하다. 춥다고, 바깥에 먼지가 많다고 환기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 황사와 같이 특수한 때가 아니라면 바깥 공기가 훨씬 깨끗하고 먼지도 적다.

 청소전문업체 ‘깔끄미’의 김경희 사장에게 먼지 청소요령을 물었다. 장롱과 침대 밑은 먼지가 많이 쌓이지만 청소하기가 어렵다. 세탁소에서 주는 철 옷걸이에 못 쓰게 된 스타킹을 씌운다. 장롱이나 침대 바닥을 이것으로 훑어내면 먼지 청소를 간편하게 끝낼 수 있다. 모기장과 방충망에 낀 먼지는 선풍기를 강하게 튼 상태에서 페인트 붓이나 솔로 문지르면 깔끔하게 털려 나간다.

 김 사장은 “책장 먼지를 닦아 낼 때는 책을 다 꺼내 놓고 다시 넣으려면 힘이 많이 든다”며 “책을 5권 정도 꺼내 놓은 뒤 닦은 다음 옆으로 밀고 닦기를 반복하면 수고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주 청소하기 힘든 장롱 위엔 신문지 같은 얇은 종이를 깔아 놓는다. 먼지가 쌓였을 때 종이만 접어 버리면 청소를 간단히 끝낼 수 있다. 미처 종이를 깔아 놓지 않았다면 스펀지를 활용하자. 스펀지에 살짝 물을 먹인 뒤 덩어리 진 먼지를 닦아 낸다. 그 다음 걸레질하면 된다. 스펀지에 밴 때와 먼지는 물에 헹구면 쉽게 빠진다. 천으로 된 걸레만 사용했을 때보다 간편하게 먼지 청소를 마칠 수 있다.

가습기·공기청정기 사용의 원칙

가습기 안은 세균이 살기 좋은 장소다. 쓰지 않는 가습기에 물을 오랫동안 방치하는 것은 피한다. 가습기에서 나오는 수증기는 몸 안에 곧바로 들어간다. 그만큼 안전성이 중요하다. 가족의 건강을 생각해 조금만 부지런을 떨자. 밥 먹고 설거지한다는 생각으로 가습기를 하루 한 번 직접 깔끔히 씻어 내는 것이 좋다.

 공기청정기를 쓸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공기청정기를 사용한다고 해 환기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 또 필터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공기청정기의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청소나 요리할 때는 공기청정기를 끄고 직접 환기한다. 먼지가 워낙 많이 나와 공기청정기 필터의 수명이 줄기 때문이다. 또 시간대별로 사용 장소를 옮겨 주면 집 안 공기를 고르게 깨끗이 유지할 수 있다. 공기청정기에서 공기가 들고 나는 입구 주위에는 물건을 두지 않는다. 공기 흐름이 원활해야 제대로 성능이 발휘된다. 일반 먼지와 꽃가루를 없애고 싶으면 공기청정기를 바닥에 둔다. 담배 연기를 제거하려면 높은 위치에 공기청정기를 두고 사용한다.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는 되도록 멀리 떨어뜨려 놓는다. 가습기의 수증기가 공기청정기에 들어가면 필터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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