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태권도대표 선발전] "우승보다 우정이 우선"

중앙일보

입력

'금메달보다 값진 우정' .

지난 22일(한국시간) 시드니올림픽 태권도 미국대표 선발전 여자 플라이급 결승. 매트에 마주 선 두 선수는 서로 인사만 하고 매트를 내려왔다.

두 선수는 매트를 내려오자마자 서로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결승에 진출한 한국계 에스더 김(20)이 기권을 신청한 것. 그러나 실제로 경기를 할 수 없었던 선수는 에스더의 죽마고우이자 결승상대인 케이 포(18)였다.

여자 플라이급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는 포는 준결승에서 무릎을 다쳐 경기를 할 수 없었다.

꿈에 그리던 시드니올림픽. 게다가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된 태권도에 미국대표로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 뒀지만 에스더는 포가 자신보다 실력이 낫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포는 1996년 이후 핀급과 플라이급 미국 챔피언십을 휩쓴 최고수였다. 에스더와 포는 13년지기다.

두 사람은 에스더의 아버지 김진원씨가 운영하는 오하이오 페인스빌 태권도장에서 우정을 싹틔우기 시작했다.

에스더는 13년간 지켜본 친구 포가 올림픽출전권의 적임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날 우정어린 양보를 받은 포는 "우리는 대결했어야 해" 라며 울먹였다.

에스더는 "우리는 모두 승리자야.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뒤에 싸워도 늦지 않아" 라며 포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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