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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아버지가 살인자로 몰려 경찰 총에 죽었다, 그런데 석연찮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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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천국의 작은 새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고정아 옮김, 올

556쪽, 1만5800원

뜨거운 소설이다. 동물적인 성욕, 무분별한 방종에 연루된 가정 파탄과 살인, 10대의 탈선, 알코올 중독과 착란 등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사회 문제가 빠짐 없이 등장한다. 무엇보다 간통도 모자라 살인사건 용의자로까지 내몰리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10대 소녀 딸의 요동치는 내면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위험하지만 매혹적인 첫 사랑 남성과 만취 상태에서 섹스에 탐닉하는 여성 주인공의 내면이 결코 추하지 않게 그려진다.

 저자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로 오르는 이다. 엄청난 분량의 작품을 생산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저자가 왜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는지 고개가 끄떡여지는 작품이다.

 1980년대 중반 미국 뉴욕주의 한적한 소도시 스파타. 고교 1학년 여학생인 크리스타의 아버지 에디 딜이 경찰의 급조 총살대에 의해 10초 동안 18발의 총을 맞고 사망한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오빠, 크리스타 등 가족들의 반경 30m 이내 접근이 금지된 상태였다. 지역 밴드의 사랑 받는 보컬이었지만 생계를 위해 매춘을 해야 했던 여성인 조이 크럴러의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그녀와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왔고 사건 당일의 행적도 석연치 않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그런 아버지지만 왜 경찰에 의해 무참하게 죽음을 당해야 했는지 경위가 밝혀지는 과정이 소설 중반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된다.

 보다 매력적인 관전 포인트는 크리스타의 내면이다. 거칠고 본능에 충실한 마초 같은 아버지이지만 크리스타는 그의 결백을 한 순간도 의심치 않는다. 또 피살자의 인디언 혼혈 아들이자 동네의 문제아인 애런에게 사랑을 느끼는 도착적인 행태를 보인다.

 뼈대를 추리면 다분히 통속적인 줄거리의 이야기를 저자는 능란하게 요리한다. 크리스타와 애런의 시점을 번갈아 취하며 인간 내면의 미세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잡아낸다. 좀 부담스러운 분량이지만 퍼즐 조각 맞추듯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한 인물의 실감나는 전체를 꿰게 된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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