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끼리 MP3 교환 '한국판 냅스터'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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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공간에서 음악파일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그램 '냅스터' (http://www.napster.com)의 한국판 격인 '소리바다' (http://www.soribada.com)가 지난 16일 서비스를 개시, 음반시장에 파문이 예상된다.

냅스터는 온라인에 접속한 전세계 컴퓨터를 연결해 이용자들이 MP3파일을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배급 프로그램.

한마디로 원하는 음악을 바로 다운받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수천대의 하드드라이브로 전세계를 돌며 신청곡을 찾아내기 때문에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빌보드 톱텐 곡을 몽땅 다운받을 수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하루 15만명이 냅스터 소프트웨어를 내려받고 일부 대학에서 컴퓨터망 마비를 이유로 사용금지령까지 내리는 등 미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냅스터는 한글이 아닌 영어여서 국내 가요를 다운받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소리바다' 는 냅스터와 운영방식이 유사하면서 한글로 서비스되는 만큼 국내에 공짜 음악 배급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소리바다는 일체의 홍보없이 오픈 3일 만에 사용자가 4천5백명을 돌파, 돌풍을 예고했다. 이렇게 되면 음반업계와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소리바다 오픈 소식을 들은 한국음반협회 관계자는 "프로그램의 내용을 자세히 확인해 봐야 하겠지만 소리바다가 냅스터같은 서비스를 한다면 음원을 무단 사용하는 것이므로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마찰은 냅스터가 미국에서 당한 '선례' 에서도 예견된다.

최신곡들이 공짜로 이용되는 상황을 참지못한 전미 음반산업협회(RIAA)는 지난해 12월 냅스터가 무단으로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한곡당 5백만달러 이상의 배상과 서비스 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 9일 1심에서 승소했다.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와 랩가수인 닥터드레이 등 팝스타들도 개별적으로 냅스터에 소송을 걸어 승리했다.

이에 대해 냅스터측은 "단순히 이용자들 사이에 MP3 파일을 전해주는 통로에 불과하다" 며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네티즌들도 "음악파일 공유는 인터넷의 대세인데 음반업계가 이를 무시하고 자기 이익에만 급급하다" 며 반발하고있다.

한국도 일단은 비슷한 대치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소리바다 양정환 대표는 "이 프로그램은 언더그라운드 음악 소개 공간으로 설정된 것이지 주류 가요 유통이 목적이 아니다" 며 "보안이 안되는 디지털음악에 전통적인 저작권 개념이나 법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고 말했다.

인터넷 전문지 '데일리클릭' 의 황인교 편집장은 "더 큰 문제는 냅스터같은 프로그램이 MP3파일을 넘어 사진.동영상등 모든 디지털정보를 교환시켜주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이용자의 개인정보도 유출돼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 이라며 "이런 유출을 막을 기술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고 말한다.

어쨌든 소리바다는 미국 음반업계의 가장 큰 이슈인 냅스터 파동을 국내에 그대로 옮겨 재산권을 주장하는 음반사와 가수들, '정보 공유의 자유' 를 주장하는 네티즌간의 논쟁을 가열시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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