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설(世說)

대장암 국가안전망 보강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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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오승택
가톨릭대 의대 서울성모병원 외과교수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

서구화의 재앙, 대장암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최동원 투수의 사망으로 대장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급증하는 대장암 발병과 사망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아직도 미흡하기만 하다. 지난 4년 동안 국내 대장암 발병률은 39% 이상 상승했다. 대표적 대장암 위험 국가들인 미국·영국·캐나다 등보다 높다. 이러한 추세라면 향후 20년 뒤에는 국내 대장암 발병률이 지금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장암의 가장 확실한 해결 방법은 대장내시경 검사다. 하지만 이를 개인의 자발적 선택에만 맡겨두기에는 대장암의 확산 속도가 너무 빠르다. 위내시경은 40세 이상이면 2년에 한 번 국가에서 비용을 부담해 시행하고 있지만 대장내시경 검사는 국가에서 부담해주는 비용이 적다. 현재는 분변 잠혈 반응 검사(변에 혈액 성분이 있나 없나를 보는 검사)에서 양성 결과가 나오는 경우에만 검사 비용을 보조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검사는 정확도가 낮아 대장암을 발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장내시경 검진율이 과거에 비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검사가 불편하다거나 설마 하는 마음에 검사를 꺼려 병을 키우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대장내시경 검사 활성화를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 각 의료기관 건강검진 항목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필수 항목으로 지정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

 예방보다 중요한 치료는 없지만 암 진단을 받은 후 5년 생존, 즉 암의 완치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시대다.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생활 속 질병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암을 진단받은 후 완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예방 활동만큼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채소와 과일을 적극 섭취하고 운동을 생활화하는 등 생활습관을 전면 개선하고, 암에 걸렸다고 하던 일을 중단하기보다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유지해 나가는 것이 좋다. 대장내시경 검사와 같은 예방을 위한 국민의 참여, 대장암이 걸린 후라도 포기하지 않고 완치를 위해 노력하는 환자와 의료진의 노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국가의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함께한다면 대장암에 대한 현재의 공포는 어느 새 희망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오승택 가톨릭대 의대 서울성모병원 외과교수·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