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거덜났는데 의정비 타령? 뿔난 시민들 “깎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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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9월 27일자 1면.

공무원 월급도 못 줄 형편의 기초단체에서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비를 올리려는 움직임에 맞서 시민단체들이 의정비 삭감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7일 ‘의정비는 의원들이 결정할 몫이 아니다’라는 성명을 내고 “인천시 의회는 의정비 동결을 철회하고 의정비심의위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심의위를 개최해 의정비를 깎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정 상태가 부실한 인천시와 산하 구·군의 의회가 의정비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데 대한 시민단체의 반격이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인천시 의회의 의정비 동결 결정은 인천시의 재정위기와 그에 따른 시민들의 고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천시의회는 최근 3년간은 의정비를 동결했지만 2008년에 의정비를 한꺼번에 5951만원(16.7% 인상)으로 올려 반발을 샀다. 올해 2분기 현재 인천시의 부채비율은 38.9%에 달해 최근 공사·공단을 통폐합하고 버스·지하철 요금과 하수도·공원 이용료 등을 인상했다. 김 처장은 “의정비심의위가 열려 주민 여론조사를 하면 의정비를 삭감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기초의회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남구 등 인천 기초의회 4곳은 지난해에 이어 또 의정비 인상에 나섰다. 이는 주민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은 후안무치다. 의정비를 동결하거나 깎아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조사 결과 인천 지역 외에도 전국 상당수 지방의회에서 의정비 인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3696만원의 의정비를 받는 서울시 은평구 의회는 최근 15% 인상 요구안을 구청에 제출했다. 용산·노원구 등 4개 기초의회도 인상요구안을 제출했다.

 지난해 공무원 월급을 주기도 어려웠던 경기도 화성시에서도 의정비 인상이 추진되고 있다.

화성시의회 의정비는 4104만원으로 2006년 이후 3년간 인상률이 93%에 달했다. 5.29% 인상안을 제출한 서천군 의회를 비롯, 충남 16개 시·군의회 중 8곳이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전남에서는 22개 기초의회 중 목포·담양 등 9곳에서 인상을 검토 중이다. 강원도의회도 내부적으로 의정비 인상에 합의한 상태다. 18개 시·군의회 중에서는 강릉·동해·정선군 의회만 동결을 결정했고 나머지는 의정비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인하대 정창훈(지방재정학) 교수는 “최근 중앙정부의 교부세도 줄어 지방정부는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할 형편인데 지방의원들이 의정비를 올리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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