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90% 사막화 ‘몽골의 재앙’ … 거세지는 모래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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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다음 달 10~21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는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제10차 당사국총회가 열린다. 전 세계 190여 개국 정부 대표단과 국제기구, 시민단체 관계자 등 약 3000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이를 계기로 사막화와 황사로 고통받고 있는 지구촌의 현 상황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두 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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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5일 대한민국 서울. 몽골 부근에서 발원한 황사 먼지로 인해 한겨울에 때아닌 황사주의보가 발령됐다. 하얀 눈송이를 기다렸던 시민들은 ‘화이트 크리스마스’ 대신 ‘옐로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야 했다. 황사주의보가 밤늦게 황사경보로 강화될 정도로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는 황사 먼지가 심했다.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했다.

 올해는 황사가 비교적 덜했지만 2000년대 이후 한반도에는 황사가 자주 관측되고 강도도 점점 세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황사 관측일은 9.4일로 1973∼2000년의 3.8일보다 크게 늘었다. 봄철에만 발생하던 황사가 최근에는 가을과 겨울에도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반도로 날아오는 황사는 주로 몽골과 네이멍구(內蒙古), 타클라마칸 등 중국 서부의 사막지대, 만주 평원, 중국 황하 중류의 황토지대 등에서 발생한다. 이들 지역이 기후변화로 사막이 확대되면서 중국은 물론 한반도에서도 황사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도 사막화의 영향권에 든 셈이다.

 몽골에서 나무심기 활동을 벌이는 시민단체 ‘푸른아시아’의 오기출 사무총장은 “몽골의 기후변화와 사막화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지난 40년 동안 몽골의 연평균 기온은 섭씨 1.92도 상승했다”고 말했다. 지구 평균 기온이 100년 동안 섭씨 0.7도 오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가파른 상승이다. 2007년 몽골 정부의 조사 결과 최근 20년 동안 1181개의 호수와 연못, 852개의 강, 2277개의 개울이 말라붙었다. 전 국토의 91%가 사막이거나 사막화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사막화(Desertification)는 숲이 사라지고 초원이 말라 모래로 덮이는 현상을 말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서 사막화된 토지면적은 1671만㎢로 남한면적(10만㎢)의 167배가 넘는다. 더욱이 사라하 사막이 있어 사막화가 심각하다는 아프리카의 1286만㎢보다도 넓다. 세계적으로는 육지면적 1억4900만㎢ 중 3분의 1인 5200만㎢가 사막화가 진행됐고, 매년 6만㎢가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박기형 박사는 “지구온난화와 함께 벌목, 과도한 방목 등이 사막화의 원인”이라며 “모래 이동을 막기 위해 방벽을 쌓더라도 비용이 많이 들고 효과도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업과 목축을 하던 주민들은 사막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환경난민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근 기상 재앙으로 고향을 떠난 아시아 지역의 환경난민이 3000만 명에 이르고, 이 중에는 사막화 피해자도 들어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2만5000개의 마을이 사막화로 폐허가 됐다. 2006년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열린 유엔회의에서는 2020년까지 사하라 사막 남쪽 주민 6000만 명이 사막화를 피해 북아프리카나 유럽으로 이주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지구정책연구소의 레스터 브라운 소장은 최근 그의 저서 『벼랑 끝에 선 세계』에서 “국제사회에서는 환경난민의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차단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는 난민 발생의 근본 원인인 사막화를 예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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