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 펀드 '큰손 시대' 막 내린다

중앙일보

입력

수십억~수백억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세계 주식.채권.통화.선물시장을 휘저어왔던 초대형 헤지펀드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정보통신혁명, 투기성 벤처투자붐 등 투자환경이 급변하면서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초대형 헤지펀드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대신 특정 분야에 전문화한 소형 헤지펀드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하고 있다.

◇ 실태〓뉴욕타임스.CNN.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해말 헤지펀드 시장 규모는 3천2백40억(헤네시 그룹)~3천6백20억(타스리서치)달러로 추산됐다.

전년보다 23%~47% 증가한 규모다.

그러나 초대형 헤지펀드의 비중은 1996년말 30%에서 지난해말에는 7.2%로 현격히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올들어서는 대표적인 초대형 헤지펀드인 타이거 매니지먼트가 지난 3월 해체됐다.

지난 31년동안 연평균 30%이상의 고수익을 올린 소로스 펀드의 조지 소로스 회장은 지난달말 기술주 급락으로 약 25억달러의 손실을 본 후 퀀텀펀드와 쿼터펀드의 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반해 전문화된 소형 헤지펀드는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성업중이다.

올 1월에는 바이스, 펙 앤드 그리어가 저평가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1천5백만달러의 호퍼튜니스틱 펀드를 설립했다.

1억달러 규모의 니더호퍼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지난 9일 "1년전보다 자산규모가 37% 증가했다" 고 밝혔다.

지난 8일 뉴욕에서 열린 제7차 세계 헤지펀드 연례회의에서 많은 투자 분석가들은 "앞으로는 소형 전문 헤지펀드의 시대" 라고 말했다.

◇ 원인〓채권.통화시장이 세계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차익거래성 수익을 올리기가 힘들어지자 초대형 헤지펀드들은 주식에 집중투자하고 있지만 비대한 덩치 때문에 급등락하는 주가 변동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시장 리스크 관리자협회의 레슬리 랄 회장은 "펀드의 규모가 가장 큰 관건" 이라고 말했다.

상황 변화에 순발력있게 대처하는 소형 헤지펀드를 염두에 둔 말이다.

소위 신경제주가 각광을 받으면서 초대형 헤지펀드가 그동안 주식투자의 잣대로 활용해온 합리적 주식 평가, 리스크 관리시스템 등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스트러티직 투자그룹의 수석 투자전문가 토마스 주코스키는 "과거에는 초대형 헤지펀드가 정보를 독점하다시피해 추종세력을 끌고 다닐 수 있었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면서 독자결정을 내리는 투자자들이 많아져 그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고 말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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