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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펀드’ 개설 첫날 12억 입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요즘 야권에선 ‘용호상박(龍虎相搏·용과 호랑이의 싸움)’이란 말을 ‘용호쌍박(龍虎雙朴·용과 호랑이 같은 두 박씨 후보)’으로 바꿔 부른다. ‘쌍박’은 물론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하는 통합경선에 나서게 된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시민후보’임을 자처하는 박원순 변호사를 가리킨다.

 박 의원이 25일 민주당 후보로 뽑힘에 따라 두 사람은 다음 달 3일까지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됐다. 승패는 여론조사 결과(30%), 세 차례 TV토론 후 배심원 평가(30%), 국민(서울시민) 참여경선 방식의 현장투표 결과(40%)를 합산한 다음 가려진다. 여론조사에선 박 변호사가, 참여경선에선 조직력이 우세한 박 의원이 앞서고 있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박 의원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직후 “무소속 후보는 반짝하고 소멸했다”며 박 변호사를 겨냥해 선제공격을 시작했다. ‘무소속 후보 필패론’은 박 의원 측의 경선 핵심 전략이다. 박 의원은 26일에도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론과 복지 대 반(反)복지론자들 간의 대결이 될 텐데 강력한 정당이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변화를 소망하는 시민들의 욕구는 결코 반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시민 후보’라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이들은 미디어전에서도 서로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박 변호사 측은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와 자원봉사로 민주당 조직의 벽을 넘겠다”며 “트위터와 블로그 등을 활용해 최대한 많은 시민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 측은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돈 문제도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날 개설한 ‘박원순 펀드’(10만원 이상 빌려주고 연 금리 3.58%로 연말에 돌려받는 펀드)는 첫날 약정액이 15억7000만원, 실제 입금된 돈이 11억8000만원이었다.

 박 의원 측은 TV토론에 승부를 걸고 있다. 여론조사와 현장투표에선 우열이 엇갈리는 만큼 TV토론에서 ‘끝장’을 보겠다는 것이다. 방송기자에 앵커 출신인 만큼 전달력 측면에서 박 변호사보다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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