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유기농 과자는 안심? 식품첨가물 살펴봐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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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두 아이를 둔 주부 김혜원(34·서울 잠원동)씨는 집 인근의 대형 마트에서 채소를 살 때 늘 ‘유기농’이라고 포장된 채소 봉지를 고른다. 가격은 보통 제품보다 20~30% 비싸지만 아이들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채소뿐 아니라 화장품이나 옷도 ‘유기농’ 제품을 구입하려 하지만 사실 ‘유기농’이란 글자 외에는 일반 제품과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을 알지 못한다. 외형적 특성으로 구분하기도 어렵다.

유기농 바람이 거세다. 먹거리마다 붙어 소비자를 유혹한다. ‘유기농’을 앞세운 제품 매장은 빠르게 늘고 매출도 증가세다. 6일부터는 세계 최대의 유기농 박람회인 ‘세계유기농대회’가 경기도 남양주 유기농박물관 등지에서 열흘간의 일정으로 열린다. 유기농에 대한 높은 관심과 달리 그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분간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이가 많다. 유기농산물과 이를 제대로 가려 고르는 법, 유기농 원료를 가공해 만든 제품과 구분법을 알아봤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도움말=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김도완 주무관, 서일대학 식품생명과학과 김형열 교수,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최동근 사무총장, 여주푸른영농조합 곽현용 대표, 식품의약품안전청 최상숙 과장, 케이준컴퍼니 강성문 대표

유기농 채소는 색깔 덜 선명한 편

친환경농산물과 유기농 가공식품·화장품·면직물로 만든 사람 형상. 위부터 얼갈이배추(유기농), 과자(유기농), 달걀(무항생제), 당근(무농약), 바나나(유기농), 아기옷(유기농), 화장품(유기농). [촬영협조=이탈리아 유기농화장품 브랜드OM, 케이준컴퍼니(유기농 아기옷).]

주부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유기농 채소를 구분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외형과 공인기관의 인증마크다. 외형적 구분은 쉽지 않지만 크기와 모양으로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농약·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유기농산물은 일반 농산물에 비해 크기가 작거나 모양이 고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 색깔이 선명하지 못해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서일대학 식품생명과학과 김형열 교수는 “유기농 채소가 띠고 있는 녹색은 일반 채소에 비해 연하고 흐려 보인다. 하지만 엽록소를 의미하는 클로로필 수치는 오히려 일반 채소에 비해 많고 영양소나 무기질의 양도 8~20% 많다”고 말했다.

정부 주도로 2001년 만들어진 친환경 인증마크 시스템은 보다 편리한 선택 기준을 제공한다. ‘친환경’ 또는 ‘유기농’이란 인증마크는 다시 세부적인 기준에 따라 나뉘므로 세심히 살펴야 한다. 국내에서 공인된 유기농 인증마크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부여하는 ‘친환경농산물’ 인증 마크뿐이다. 파란색·초록색으로 이뤄진 사과모양의 마크다. 거기에 인증번호와 인증기관명, 생산자 정보 등이 표기돼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친환경농산물’은 화학적인 비료·사료와 농약 등이 없이 기르거나 키운 농축산물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농산물은 유기농산물·무농약농산물·저농약농산물로 구분된다. 유기농산물은 3년 이상 합성농약·화학비료를 주지 않은 땅에서 기른 것, 무농약농산물은 권장량의 3분의 1 이하를 쓴 것이고, 저농약농산물은 2분의 1 이하를 쓴 것이다.

유기농 사료로 키운 축산물을 유기축산물이라 하고, 항생제·호르몬제 등이 들어 있지 않은 사료로 키운 것을 무항생제축산물이라 한다.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정보는 친환경농산물정보시스템(www.enviagro.go.kr)에 인증정보를 입력하면 확인할 수 있다. 유기가공식품의 경우에도 관리원에서 인증마크를 부여한다. 하지만 마크 없이 유기농이라는 명칭을 쓰는 제품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유기농으로 만든 과자의 경우 원료가 유기농일 뿐 식품첨가물이 많이 쓰이는 제품도 있으므로 뒷면에 표기된 첨가물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직거래 이용해 싸게 살 수 있어

유기농이 좋다는 건 잘 알려져 있지만 가격이 비싸 쉽사리 손을 못 내미는 이도 많다. 유기농은 비료·약제 등 농자재 가격이 일반 농업에 비해 비싸고, 제초작업이나 해충 방제 등에 손이 많이 필요해 일반 농산물에 비해 가격이 20~30%가량 비싸다.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최동근 사무총장은 “최근 유기농 우유의 영양성분 논란에서 보듯 유기농산물 모두가 일반 농산물에 비해 영양소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유기농 제품을 산다는 것은 가족 건강을 챙긴다는 의미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환경을 지킨다는 가치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주푸른영농조합 곽현용 대표는 “일반 소비자가 대형마트나 백화점 위주로 유기농 가격을 체감하다 보니 매우 높은 가격으로 알고 있다”며 “한살림·아이쿱 등 생활협동조합은 유기농 생산자와 직거래를 통해 거래하므로 보다 싼 가격에 유기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기농 화장품은 국내 인증시스템 없어



유기농 화장품은 아직 국내에서 관리하는 인증 시스템이 없다. 현재로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내놓은 유기농 화장품 관련 가이드라인이 있을 뿐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유기농’이라는 용어를 표시·광고할 수 있으려면 화장품 내용물의 전체 구성 성분 중 95% 이상이 천연 원료(수분·염분 포함)로 돼 있고 전체 구성 성분 중 10% 이상이 유기농 원료로 돼 있어야 한다. 혹은 수분·염분을 제외한 내용물의 전체 구성 성분 중 70% 이상이 유기농 원료여야 한다.

국제적으로 통일된 규격의 인증 마크가 없지만 널리 쓰여 공신력을 얻은 것이 있다. 대개 미국과 유럽의 마크다. 미국의 USDA(농무부), 영국의 토양협회(Soil Association), 프랑스의 ECOCERT와 COSMEBIO, 독일의 BDIH(독일산업무역협회), 이탈리아의 ICEA(친환경산업인증기관) 등이 국제적으로 믿을 만한 마크로 통용되고 있다. 또한 IFOAM(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 로고가 인증 마크에 찍힌 것도 공신력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면직물의 경우에도 아직은 국내에서 인증 마크를 주고 있지 않다. 대신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마크가 있고, 이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미국·독일·일본 등의 유기농 단체가 첨여해 만든 GOTS(국제유기농섬유기준)와 미국의 OE(유기농거래) 인증 마크가 그중 가장 공신력 있는 것으로 꼽힌다.

세계유기농대회는…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이 주관하는 행사로 3년에 한 번 개최된다. 2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경기도 남양주 체육문화센터·유기농박물관 등지에서 17차 대회가 열린다. 아시아에서 행사를 치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IFOAM 총회를 중심으로 국내·해외 유기농산물·화장품 등을 파는 장터, 축산체험을 할 수 있는 유기농테마공원 등이 열린다. IFOAM은 1972년 프랑스에서 창립된 단체로 세계 108개국 750여 개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고, 유기농 관련 국제기준을 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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