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영사관에 망명 신청한 50대 징역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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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해 10월 중국 선양(瀋陽)의 북한영사관 앞. 서울의 한 대학에서 경비로 일했던 오모(50)씨는 북한영사관 직원에게 “북한에서 통일운동을 하고 싶다”며 망명 신청을 했다. 해당 직원은 오씨의 고향과 가족 관계, 망명 이유 등을 10여 분간 물었다. 이어 영사관 직원은 “남북이 화해 분위기로 가고 있다. 내 소견이지만 남조선에서 통일운동을 하는 게 더 낫겠다”며 오씨를 돌려보냈다. 오씨는 향후 북한으로 탈출할 경로를 알아 두기 위해 중국의 옌지(延吉)·룽징(龍井)·두만강변을 둘러본 뒤 귀국했다가 수사기관에 붙잡혀 기소됐다. 국가보안법(찬양·고무·회합·통신·잠입·탈출) 위반 혐의였다.

 대학생 때 운동권도 아니었고 북한에 아무 연고도 없던 오씨가 망명을 시도한 건 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2007년 동료 경비원들과 시비가 붙어 폭행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각각 선고유예와 벌금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사회적 약자라서 이런 판결을 받았다”고 여겼다. 한국 사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북한 사회를 동경했다. 그는 2009년 초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토론게시판 등에 북한체제와 김일성·정일 부자를 찬양하고 미화하는 글을 300여 건 올렸다. 주체사상에도 심취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도진기 판사는 지난주 오씨에게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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