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절반이 외국기업이죠 … 몸집보다 체력 키워 Firm Firm 만들 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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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김진환 (63·사법연수원 4기·사진)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김 대표는 “서울 장충동 세계경영연구원(IGM)에서 만나자”고 했다. 로펌 대표변호사가 자신의 사무실을 벗어난 곳에서 인터뷰를 하자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다음날 IGM 강의실에서 그를 만났다.

-특별히 이곳을 인터뷰 장소로 정한 이유는.

 “IGM은 ‘현재의 김진환’을 잘 표현해 주는 곳이거든요. 줄곧 검사로 지내다 2004년 충정에 합류하면서 대표가 됐지요. 처음엔 어떻게 충정을 이끌어 나갈지 막막했어요. 그때 세계경영연구원의 최고경영자과정(IGMP)을 들었습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에 파견 나갔을 때 전성철 IGM 회장이 권하더군요. 수업을 듣다 보니 무릎을 탁 치게 됐습니다. ‘CEO(최고경영자)는 선장이다. 나침반을 어떻게 읽고 항해해 나가느냐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달라진다’라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강의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이 어떤 건가요.

 “GE(제너럴 일렉트릭) 이야기였어요. GE 경영진이 어느 날 갑자기 잘나가던 다리미 사업을 팔기로 했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의아했지만 경영진은 확고했어요. 시대 변화의 흐름에 맞게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 당장 이득을 가져다 줘도 과감하게 팔겠다는 것이지요. 위대한 기업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꽤 충격이었습니다.”

-충정은 어떤 로펌입니까.

 “충정은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과 함께 일했던 황주명 변호사가 1993년에 중심이 돼 세웠죠. 우리나라 사내 변호사 1호였던 분이 세운 곳이라 일찌감치 해외 고객 확보에 나선 셈이지요. 현재 고객의 50% 이상이 외국 기업입니다. 세계 최대 독립변호사협회인 ‘렉스먼디’의 한국 대표로 가입해 국제 거래 분쟁 해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고요.”

-‘선장’으로 어떤 미래를 구상하고 있는지요.

 “‘단단한 로펌(Firm firm)’으로 만드는 게 목푭니다. 가장 큰 로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가장 전문적이고 실력 있는 로펌으로 만들겠다는 얘기죠. 법률시장이 개방됐다고 해서 몸집 불리기는 하지 않을 겁니다. 병원이 인턴·레지던트 많이 뽑는다고 병을 잘 고치는 건 아니잖습니까. 오히려 가장 효율적인 규모로 움직이는 것이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죠.”

-2009년 이우근 대표변호사가 이끄는 법무법인 한승과 합병했는데.

 “이 변호사와는 인연이 깊어요. 아마 전생에 부부가 아니었을까도 싶어요.(웃음) 경기고-서울대-연수원까지 동기거든요. 한승은 송무에 강점이 있는 로펌이었어요. 증권금융과 국제 거래에 강한 충정으로서는 최고의 파트너였던 셈이죠. 찰스 다윈이 ‘살아남는 종(種)은 강한 종이 아니고, 똑똑한 종도 아니며,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법조인으로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부끄럽지 않은 법조인이 되는 겁니다. 영국의 계관시인인 오든이 쓴 ‘법은 사랑처럼(Law like love)’을 좋아하는데, 애정을 갖고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그런 법조인이었다라고 여겨졌으면 좋겠어요.”

-꿈이 있다면.

 “학창 시절엔 괴테나 매월당 김시습 같은 대문호가 되고 싶었어요.(웃음) 부끄럽지만 법대 재학 시절 서울대 학보사에서 주최한 대학문학상 공모전에 시가 당선되기도 했어요. 검사가 되고 싶어 사법시험 준비를 시작했지만 공부하러 찾아간 곳이 김시습이 입적한 부여 무량사였던 것도 그랬고요. 언젠가 로펌을 은퇴하면 강단에 서서 후배들에게 경험과 지식을 전해주고 싶어요. 또 하나는 10년 뒤쯤에 시집을 한 권 출판하는 겁니다.”

 김현예 기자

● 김진환 대표변호사는 … 1948년 충남 부여 출생. 대전중-경기고-서울대 법대. 대학 3학년 때 검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한 뒤 197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됐다. 대검 기획조정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지낸 뒤 2004년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가 됐다. 종교는 가톨릭. 취미는 글쓰기. 문예지 『시와 시학』후원도 한다. 딸 지윤(31)씨가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좌우명은 ‘과유불급(過猶不及)’. 문학평론가 김재홍(경희대) 교수, 화가 신경호(전남대)씨,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허물 없이 지내는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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