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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전국 아파트도서관 개·보수 … ‘독서문화 되살리기’ 발 벗고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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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사회적 기업인 행복한도서관재단이 지난달 새롭게 단장한 경기도 군포시 휴먼시아 1단지 아파트 도서관 에서 아파트 주민과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경기도 군포 부곡동의 휴먼시아 아파트 2단지에는 올해 5월 동네 사랑방이 하나 생겼다. 온돌이 깔린 이 사랑방의 단골손님은 어린이다. 기존에 있던 아파트 도서관을 어린이용 도서관으로 개조했다. 주 5일 열리는 이 도서관에서는 아파트 주민들이 돌아가며 자원봉사로 사서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친구들과 뒹굴며 책을 읽고, 엄마들은 모여 수다를 떤다. 이 도서관은 SK그룹이 지원한 사회적 기업 ‘행복한도서관재단’이 만든 것. 개관에는 문화체육관광부·경기도가 함께했다. 행복한도서관재단이 만들어진 것은, 주택법에 따라 1994년부터 300가구 이상의 아파트에 의무적으로 만들지만 대부분 방치되고 있는 아파트 도서관을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였다. 김준호 행복한도서관재단 이사장(SK텔레콤 사장)은 “전국적으로 아파트 도서관이 2500개가 넘지만 제대로 운영하는 곳은 전체의 9%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행복한도서관재단은 이런 도서관들을 다시 재건해 독서문화가 널리 퍼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올해 경기도 내 37개 아파트 도서관을 개·보수할 계획이다. 행복한도서관재단은 개·보수할 도서관이 정해지면 현장 방문을 꼭 한다. 이용주 도서관사업부장은 “도서 관리 프로그램을 체계화해 달라는 등의 주민들 목소리를 듣고 맞춤형 지원을 하기 위해 현장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5월 리노베이션을 한 군포 휴먼시아 2단지 아파트 도서관은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어른용과 어린이용 공간을 나눴다. 반면 지난달 재단장한 1단지의 도서관은 아예 어린이 전용으로 만들었다.

행복한도서관재단은 지역 내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경기 광명시 아파트형공장인 테크노파크에 입주한 900여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위해 일터 도서관을 만들 예정이다. 또 경기도 평택에 치유의 도서관을 만들어 쌍용차 정리 해고로 발생한 여러 지역 갈등을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이벤트를 열어 치유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SK그룹은 이런 사업을 하는 행복한도서관재단에 15억원을 출연했다. 경기도는 도서관 운영비 3억여원을 지원하고, 문화관광부는 상근 사서가 없는 도서관에 순회 사서 5명을 파견한다. 단순히 자원봉사단체가 아닌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설립된 만큼, 재단은 도서관 관련 수익 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이 부장은 “도서관 자료 데이터베이스 구축 대행 사업 등 수익을 낼 수 있는 여러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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