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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투수’ 중국·브라질로 쏠리는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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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연차 총회 주인공은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아니다. 브릭스(BRICs)로 불리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재무장관이 더 주목받고 있다. 중국과 브라질이 기존 입장을 바꿔 유럽 재정위기의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네 나라 재무장관은 IMF 총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회동한다.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제 상황을 놓고 미리 의견을 조율한다. 또 거의 동시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경제장관 회의에도 얼굴을 내민다.

 애초 브릭스와 G20 회의에서 유럽을 지원하는 방안이 도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중국과 브라질이 유럽 지원에 전제조건을 다는 등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아서다.

 그런데 중국 상무부가 자국 정부의 유럽연합(EU) 지원에는 전제조건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단양(沈丹陽·심단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EU가 중국의 완전한 시장경제지위(MES)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중국으로서는 매우 실망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중국의 EU 지원과 이 문제에 필연적인 관계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다른 사람을 도울 때 전제 조건을 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는 며칠 전 원자바오(溫家寶·온가보) 총리가 다롄(大連)에서 열린 여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에서 “EU가 중국의 완전한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해야 지원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서 한 발짝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최대 수출 시장인 EU에서 이탈리아·그리스 등의 국가 채무위기가 고조될 경우 중국 자신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냉정한 손익계산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며칠 전 원 총리의 발언 이후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등 EU 채무위기가 오히려 악화됐다. 이처럼 세계 경제 분위기가 악화되자 중국 일각에서도 중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 EU인 만큼 중국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은 적극적으로 태도를 바꿨을 뿐만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안까지 마련했다. 수백억 달러를 조성해 IMF를 통해 유럽을 지원하는 방안을 브릭스와 G20 재무장관 회의에 제시할 요량이다. 심지어 재무장관 기도 몬테가는 “브라질은 100억 달러까지 출연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과 브라질이 적극적이어서 브릭스와 G20 재무장관 회의가 한결 흥미진진하게 진행될 수 있을 듯하다”며 “주요 신흥국이 컨센서스를 이뤄 유럽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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