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 관련 소규모 웹사이트 인기

중앙일보

입력

몇년 전 소규모 출판업을 하던 역사학 박사 알란 멕클러는 인터넷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사업 구상을 시작했다. 10년 사이에 97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게 된 그는 현재 온라인 출판회사인 ‘Internet.com’의 최고 경영자다. 각종 사업 정보를 담은 전자메일 뉴스레터를 최초로 사업화한 그는 아직도 인터넷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믿고 있다.

중국에서 ‘인터넷 월드 쇼’를 개최하기 위해 베이징에 가던 그는 홍콩에 들러 리뷰지의 찰스 비커 위원과 ‘월드 와이드 웹(WWW)
’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아직도 인터넷에 대한 규제가 많은 중국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대부분의 미국 미디어 업체들도 인터넷의 영향력에 대한 파악을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중국도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외부에 알려진 것 만큼 정부의 통제가 강하지는 않다. 정부도 인터넷에 엄청난 경제적 이득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인터넷에 대한 규제가 가능한 일인가.

“통신 수단 전체를 없애버린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인터넷은 사회의 개방성을 증진하는데 지금까지 나타난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무기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정부가 인터넷을 통제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마치 각국 정부가 전화 도청을 해 온 것처럼 인터넷도 검열을 할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이같은 부작용을 의식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인터넷 수업 등과 같은 엄청나게 유익한 측면을 생각하면 이는 아주 작은 문제다.”

─아시아 지역의 인터넷에 대한 전망은.

“미국에서 이미 행해진 일들이 나머지 국가에서도 재현될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인터넷 관련 사업에 엄청난 투자가 이뤄졌다가 곧 썰물처럼 빠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일상생활의 변화는 도도히 이뤄질 것이다.”

─인터넷과 관련해 예상되는 올해의 가장 큰 변화는.

“전자메일 뉴스레터가 핵심사업으로 떠오를 것이다. 신문·출판의 역사를 살펴보면 늘 배달·배포가 가장 큰 문제였다. 비용과 거리 때문이었다. 전자메일 뉴스레터는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다시 보낼 수도 있어 마치 전염균이 퍼지듯이 번져갈 것이다. 나는 지금 1백37 종류의 전자메일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는데 만약 이만한 수의 신문을 만들었다면 벌써 배달 비용 때문에 파산했을 것이다. 광고주들도 특정 관심분야의 뉴스레터를 받아보는 네티즌들을 상대로 한 광고에 점차 매력을 느끼고 있다.”

─전자메일 뉴스레터 사업에는 고객확보 문제가 있지 않는가.

“우리는 사업 초기에 전자메일 뉴스레터를 유료로 제공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무료로 뉴스레터를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독자의 수가 늘어난 것은 물론 광고 수입도 크게 늘어 유료제공 때보다 흑자폭이 불어났다. 지난해 처음 매일 주식시장에서의 10개 유망 종목을 알려주는 유료 뉴스레터 사업을 시작했을 때 4천7백명의 회원으로부터 40일에 99달러를 받았다. 수

익성이 제법 보장되는 사업이었다. 그러다 무료로 전환하자 한 주에 1천명씩 가입자가 불어났으며 지난 연말부터 광고 수입이 종전의 가입비에 의한 수입보다 커졌다.

경제 전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료 뉴스 서비스를 고집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무료 서비스로 전환할 경우 43만명의 인터넷 독자가 1천만명까지 불어날 것이다.”

─전반적인 인터넷 사업의 전망은.

“5년 내에 셀 수도 없이 많은 인터넷 방송국이 생겨날 것이다. 이 중 상당수가 국내에서는 공중파 방송의 경쟁 상대도 되지 않지만 국제적으로는 훨씬 인기를 얻는 것들도 생겨날 것이다. 인터넷 방송이 뭔가 새롭고 참신한 내용을 개발하기만 한다면 막간의 광고와 전자상거래 프로그램을 통해 엄청난 돈을 벌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층을 겨냥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새 우리는 단숨에 일확천금을 버는 인터넷 콘텐츠 사업에만 매달리게 되었는데 앞으로는 취미생활과 관련한 웹사이트 등 작은 규모의 사업이 각광받을 것이다.

최근 스포츠카 페라리를 주제로 한 한 개인의 웹페이지를 봤는데 워낙 잘 꾸며져 있어 내가 페라리사 사장이라면 당장 사들이거나 운영비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앞으로의 인터넷 콘텐츠 사업은 미세한 분야로 영역이 확장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이상언 중앙일보 국제부 기자 <joonn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