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수입자동차 모터쇼' 평가 엇갈려

중앙일보

입력

10일 폐막된 '2000 수입자동차 모터쇼'는 국내자동차업계 사상 첫 수입차 잔치로 국내 소비자들이 수입차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불식시키는 기회를 제공했다는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수입차 협회측은 "관람객들이 세계 자동차시장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며 "특히 일반인이 수입자동차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전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모터쇼는 참가업체들이 이미 시판중인 차량들을 전시하는 '장삿속 출품전시회'로 전락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컨셉트카 2∼3종을 제외하고는 선진기술력와 미래 트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첨단 차종은 찾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수입차협회의 '각별한' 노고에도 불구하고 주제의식 부재, 참가업체의 무성의, 일부 운영미숙 등으로 '밀레니엄 원년의 국내 최대 모터쇼'라는 주최측의 자화자찬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 턱없이 부족한 관람인원 = 수입차협회측은 이번 모터쇼 참관인원이 폐막일인 10일까지 53만명으로 추정했다.

협회측 집계대로라면 당초 예상인원 60만명에 못미치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협회측 집계가 다소 부풀려진게 아니냐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비공식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번 모터쇼 참관인원은 22만명으로 지난해 서울모터쇼의 48.2%수준에 그쳤다.

이는 수입차협회의 당초 목표의 36.8% 수준이다. 업계에서도 자동차공업협회측의 집계에 신뢰를 보내는 분위기다.

이처럼 관람인원이 목표에 크게 못미친 것은 무엇보다도 국내 완성차업체와 1백40여 부품업체가 불참했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업체 참여시 파생인원까지 감안하면 20만명의 관람객이 고스란히 유치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출품차종 수준이 예상만큼 높지 않았던데다 명성있는 외제차 중심 모터쇼라는 명분하에 입장권을 서울모터쇼보다 20∼60% 비싸게 책정한 것도 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무료초청장 발급을 극소수로 제한하는 등 수익성 위주로만 운영한 결과 관람층이 엷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 5월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징검다리 연휴가 관람객을 분산시켰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주제의식 부재 = 이번 모터쇼의 목적은 자동차의 기술력과 미래 트렌드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

그러나 실제론 현재 시판중인 수입차 중심으로출품돼 상업성 위주의 모터쇼였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요란했던 홍보와는 달리 실제로 출품된 차들을 보면 대부분 이미 공개된 국내시판용 차종 중심으로 전시됐다"고 지적했다.

◇ '재탕' 출품차종 = 이번 모터쇼에 출품된 차종은 1백20여대. 그러나 세계자동차업계의 미래를 제시하는 컨셉트카는 대우차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는 GM의 '이보크', 'YGM' 등 2∼3종에 불과했다.

출품된 차종도 현재 시판중인 차량이 주종을이뤘고 신차개발 경향인 RV, SUV 보다는 당장 '팔릴 수 있는' 차종이 대부분이었다.

◇ 참가업체 무성의 = 참가업체들은 무성의로 일관했다. 그나마 한국시장에 첫발을 내디디려는 혼다, 미쓰비시 등 일부 일본업체와 대우 인수를 추진중인 미국 GM정도가 다소간의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들은 상업성 위주로 이미 시판된 차종을 무성의하게 전시하고 이벤트 행사로 소비자들의 눈을 현혹했다.

특히 도요타가 렉서스 한 차종으로 전시회를 열고 한국판 팸플릿은 전혀 제작하지 않은점을 지적하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다.

스포츠카의 대명사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페라리는 좁은 공간에 창고식으로 전시돼 '전설적인 차'라는 명성을 무색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 나온 차량을 새 것인양 모터쇼장에 전시한 것은 국내소비자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 일부 운영미숙 = 연휴중에도 대중교통 및 주차질서가 대체로 유지됐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미아발생이나 소매치기 등 안전사고 건수도 없었다.

그러나 전시공간이 실제 전시면적을 초과해 참여업체의 비용 증대 요인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모터쇼를 기획했던 자동차공업협회측은 "당초 수입차만을 대상으로 한 전시회인 만큼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업체 수를 감안해 전시규모를 확정해야 했는데 경험부족으로 전시면적을 필요이상 넓게 기획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주최측이 마련한 이벤트 행사도 '낙도 어린이 초청 관람' 등 1∼2건에 그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경품추첨행사도 포드가 토러스 한대를 내놓은 것외에 거의없어 모터쇼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신차발표용 영문 보도자료 등이 부족사태를 빚는가 하면 일부 업체는 돌연 이벤트행사를 취소한 경우도 있었다.

◇ 경제성 있는 모터쇼가 필요하다 = 국내업계에서는 이미 국제모터쇼로 공인된 서울모터쇼가 있는 만큼 수입차 모터쇼를 별도로 운영하지 말고 통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완성차만을 대상으로 한 모터쇼보다는 소비자들이 국내외 차종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수입차협회측은 서울모터쇼가 이미 수입차 차별조치를 철폐한 만큼 전향적인 자세로 동참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모터쇼를 주관하는 한국자동차공협협회도 수입차업계에 대해 더욱 많은 배려를 해야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미 수입차업체에 대한각종 차별조치를 철폐했지만 실질적으로 수입차업계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서울모터쇼를 운영, 명실상부한 세계적 수준의 모터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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