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故최동원 선수 앗아간 대장암 피하는 법

중앙일보

입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부산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프로야구 롯데자이언트 구단은 소년시절 최고의 추억이었다. 그리고 강속구 투수 최동원은 어린 시절 최고의 우상이었다. 떠올려보건대 롯데를 코리안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투수 최동원과 당대 최고 교타자 장효조의 맞대결은 항상 가슴 떨리게 하는 명장면들이었다. 그래서 며칠 상간으로 연이어 접한 두 야구인의 때이른 죽음은 충격적이면서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의사의 입장에서 두 사람의 죽음은 더욱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나는 ‘내몸 경영’이라는 책을 쓰면서 한국인의 죽음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치명적인 질병으로 자기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일찍 죽는 ‘조기사망’, 나이가 들어 병에 시달리며 노후를 보내는 ‘죽겠다, 죽겠다 인생’, 그리고 100세 가까이 장수하며 건강한 노후를 즐기는 ‘99팔팔 23사’가 이제 한국인 앞에 닥친 죽음의 세 가지 길이다.

두 사람은 이를테면 조기사망의 칸에 분류될 분들이다. 젊었을 때 최고의 스포츠인이었던 그들이 아직 한창 나이인 50대에 죽은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글을 빌어 한때 남들에 비해 최고의 신체능력을 가졌던 건강인이었을 두 사람이 조기사망한 이유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그 중 최동원씨의 사망 원인인 대장암은 지금 한국인의 주된 사망원인이다. 한국인의 대장암 발생률은 세계 4위, 아시아에서는 1위이다. 그리고 대장암은 한국인의 암 사망률 4위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대장암은 육식위주의 식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고기가 소화되며 만들어낸 각종 독소가 대장을 공격한다.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의 대장 길이는 서양인에 비해 1미터 이상 길기 때문에 아시인은 대장암에 더 취약하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아시아인에게 대장암은 매우 희귀한 질병이었다. 서양인의 발병률에 50분의 1도 되지 않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새 지금은 대장암이 한국인에게 최대 사망원인이 되어버렸다.

설사 술이나 담배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대장암으로 죽을 가능성이 높다. 술과 담배를 겸한다면 대장암 사망 확률을 몇 배로 높아진다. 일찍 죽을 가능성도 마찬가지이다. 산업화를 겪으며 고기를 섭취하는 빈도와 기회가 많아진 한국인에게 이제 대장암은 피할 수 없는 질병이다. 한국인 누구에게나 최동원씨의 사례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이를 막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소극적인 방법, 또 하나는 적극적인 방법이다. 최근 대장 내시경의 기술은 매우 섬세하고 치밀한 수준까지 진보했다. 의사의 입장에서도 놀라울 따름이다. 만약 고기를 즐기는 식습관을 결코 버릴 수 없다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대장암은 진전 속도가 느리고 전조증상도 약하기 때문에 대장 내시경 검사 이외에는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고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1년에 한 번은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투자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최동원씨 역시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했고, 그 후 금주, 생야채식을 실천했지만 3년 만에 대장암이 재발해 사망했다. 이미 대장암이나 대장의 폴립을 발견한 후에 입맛을 바꾸는 것은 그리 유익하고 효과적인 선택은 아닌 것이다. 암 발견 후 몇 년 더 살 수 있는 선택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한국인의 ‘잘못된 입맛이 내몸을 망친다’는 사실을 다양한 연구와 고찰을 통해 이미 예언했다.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대응은 아직 닥치지 않은 건강 위협에서 자신의 입맛을 신선하고 건강하게 바꾸는 선제적인 노력과 실천이다.

물론 고기를 전혀 먹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영양학적으로 극단적인 채식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일주일 식사를 기준으로 고기 섭취를 2-3회 정도로 제한하라는 뜻이다. 그리고 대장암을 비롯한 각종 암을 막기 위해서는 항암 능력이 탁월한 컬러 야채와 과일, 신선한 곡물과 견과류 섭취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 적절한 영양보충제 섭취도 필수이다.

40대 이후 인간의 항산화 능력과 암세포 억제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일상적인 식사에서 이를 보충할 충분하고도 적극적인 ‘영양 경영’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수명 100세 시대를 9988234하게 살아가는 지혜이자 내몸 경영인 것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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