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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18인의 선사에게 묻다, 삶은 무엇이며 깨달음은 무엇입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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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산승불회
유철주·조계종 총무원 지음
불광출판사, 1만6000원

경북 봉화의 금봉암에는 단청이 없다. 연등도 없다. 석가탄신일에도 등을 달지 않는다. 금봉암에 주석하는 고우(古愚·조계종 원로의원) 스님은 “마음에 등불을 켜는 것이 중요하지, 법당에 등을 켜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전국의 산속 암자를 찾아가 18명의 선사(禪師)를 만난 책이다. 그들에게 일일이 삶과 깨달음의 의미를 물었다. 그 문답을 모았다. 책 제목인 『산승불회(山僧不會)』는 ‘산승은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옳다 그르다, 좋다 싫다는 분별이 깨달음의 장벽임을 일러주고 있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이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에 고우 스님은 “팔만대장경을 한 글자로 줄이면 공(空)이다”고 답했다. 그러나 공은 단순한 ‘없음’이 아니다. 스님은 『육조단경』을 보다가 정(定)과 혜(慧)가 하나가 되더라도 비도(非道)이다. 하나가 되어 통류(通流)해야 한다’는 구절을 읽고서 충격이 왔다고 했다. 그때 비로소 “눈 앞의 두두물물(頭頭物物·모든 사물)이 다 부처임을 알았다”고 했다.

 “깨달음이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에 송광사 방장 보성(菩成) 스님은 이렇게 답한다. “부처님처럼 사는 것이 곧 깨달음이다. 부처님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말하고, 똑같이 행동하면 된다. 중생이란 생각을 버리고 부처님만 남게 하는 것이 깨달음이다.” 선사들과 주고 받는 대화에는 ‘간결한 답’이 숨어 있다. 이 답을 곱씹다 보면 돌파구가 올라온다. “왜 부처님은 그렇게 생각했을까, 왜 그렇게 말했을까,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그게 다시 진짜 화두가 된다.

 저자는 땡볕과 폭우를 뚫고서 산사의 암자를 찾아 다니며 지혜를 구했다. 수산(壽山·백양사 방장), 설정(雪靖·수덕사 방장), 적명(寂明·봉암사 수좌), 진제(眞際·동화사 조실) 스님 등이 풀어내는 법문이 다채롭다. 마음의 등불을 켜는 불씨가 된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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