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트리오-록음악 못지 않은 클래식

중앙일보

입력

실내악으로도 록음악 못지 않은 짜릿한 흥분과 박진감을 느낄 수 있다면?

이런 꿈같은 무대가 오는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다. 안(安)트리오의 연주회다.

미국 줄리아드 음대 출신의 세 자매 마리아(첼로·30)·루시아(피아노·30)·안젤라(바이올린·28)로 구성된 안트리오는 1987년 '타임' 지 커버스토리에 '아시아의 새로운 신동들'로 소개됐다.

올해초엔 LA 타임스가 영국 작곡가 토머스 아데스(28), 미국 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머스(55),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마리노 포르멘티(34) 등과 함께 '2000년에 주목해야 할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안트리오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요세프 수크의 '엘레지',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3중주 f단조' 등 스탠더드 레퍼토리는 물론 에릭 이웨이젠의 '다이아몬드 월드', 켄지 번치의 '슬로 댄스', 피아졸라의 '오블리비언', '프리마베라 포르테나' 등 록·탱고 등에 영향을 받은 최신 크로스오버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프로그램 중 '다이아몬드 월드'와 '슬로 댄스'는 안트리오가 직접 위촉해 초연한 작품들이다.

켄지 번치(37)는 미국 포틀랜드 태생의 신예 작곡가로 줄리아드 음대에서 비올라와 작곡을 전공했다. 번치는 록그룹 '더 후', 재즈 아티스트 오네트 콜먼, 팝 보컬리스트 보비 맥퍼린 등과 함께 공연하면서 크로스오버 작업을 계속해온 인물.

안트리오의 위촉을 받아 '슬로 댄스', '피아노 3중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안젤라의 위촉으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영원한 빛'을 작곡했다.

에릭 이웨이젠(46)은 1980년부터 줄리아드 음대 교수로 있는 미국 작곡가. 세트 드럼이 연주하는 록 비트를 가미한 '다이아몬드 월드'는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그라펠리의 연주를 연상시키는 멜로디들로 가득 차있다.

안트리오는 '보그', 'GQ' 등의 패션 잡지에 모델로도 등장하는 등 음악 이외의 활동에도 열성적이다.

LA 타임스는 "안트리오가 섹시한 외모로 한몫을 보는 여성 앙상블 '에로이카 트리오'와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무대 매너나 의상뿐 아니라 레퍼토리가 혁신적이어서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평했다.

음악회에서도 파격적인 무대와 의상으로 언제나 화제를 몰고 온다.

피아노·바이올린·첼로 외에 타악기가 등장하기도 하고 설치미술전을 방불케 하는 무대에다 현란한 조명, 레퍼토리에 따라서는 마이크까지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10년 이상 다져온 '함께 음악 만들기' 덕분에 앙상블 능력이나 테크닉도 수준급이다.

작곡가들에게 작품을 위촉해 초연하고 독특한 무대 분위기로 젊은 청중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크로노스 4중주단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다.

그래서 클래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들의 무대는 다소 당혹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은 따분하고 지루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클래식의 재미를 선사하기에는 충분하다.

안트리오는 이번 내한공연에 맞춰 번치·피아졸라·번스타인 등의 레퍼토리로 꾸며진 새 앨범 '언플러그드'(EMI)를 출시하며, 28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예일대 오케스트라(지휘 함신익)의 내한공연에서 베토벤의 '3중 협주곡'을 들려준다. 02-598-8277.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