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그후 10년 下] “아랍권 혼돈으로 테러조직 잠입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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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9·11 테러 10주년을 앞두고 미국 전역이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지난 5월 사살된 오사마 빈 라덴의 파키스탄 은신처에선 10주년을 겨냥한 테러 시도 문건들이 다수 발견됐다. 특히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하는 뉴욕과 워싱턴DC에선 겹겹의 보안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대(對)테러 TF 팀장 제임스 카라파노(James Carafano·사진) 박사를 찾아 9·11 10년의 안보상황을 물었다.

 -미국 그리고 세계는 10년 전에 비해 더 안전해진 건가.

 “그렇다. 분명히 더 안전해졌다. 9·11 이후 지금까지 이슬람 테러집단은 미국(해외 공관 포함)을 겨냥해 40건의 테러 계획을 짰다. 지난해 말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의 테러 시도는 매우 위험했지만 대체로 잘 막아 냈다. 특히 2005년부터 테러 시도가 줄고 있다. 그러나 미래의 상황까지 단정하긴 어렵다.”

 -어떤 노력에서 기인한 결과인가.

 “미국이 국토안보부를 신설하고 예산과 인력을 쏟아부으며 총력 대처한 덕이다. 아프가니스탄전쟁을 통해 알카에다 정통 조직을 와해시키는 수준까지 만들었다. 국제사회에서 대(對)테러 공조가 원활하게 이뤄진 것도 한 요인이다.”

 -미국인들은 여전히 두려워한다.

 “9·11의 충격적인 기억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테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오바마 정부는 이제 테러 방지에 투입할 예산을 줄일 태세다. 줄어든 예산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문가로서 우려하고 있는 상황은 .

 “상황이 제대로 장악되지 않았는데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성급하게 철수할 경우 알카에다 조직이 다시 재기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테러 방지를 위해 아프간과 파키스탄, 인도에 지속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이란과 하마스·헤즈볼라 등 정부나 조직 차원에서 테러를 지원하는 세력들의 움직임도 놓쳐선 안 된다.”

 -아랍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재스민 혁명’은 테러에 어떤 영향을 줄까.

 “좋은 점과 나쁜 점, 양면성이 있다. 어떤 나라에서도 새로운 세력들이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지 않고 반대편에 서 있다는 점은 테러 방지에 긍정적이다. 나라마다 상황이 달라 국제적인 봉기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도 없다. 그러나 극심한 혼돈 상황은 알카에다가 잠입해 활동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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