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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영화의 대부, 로저코먼 기자회견

중앙일보

입력

B급영화의 대부 로저코먼이 29일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스타시스템과 제작비의 지원없이 속성으로 영화를 만들기로 유명한 그는 53년 제작자,작가로 영화계에 입문하여 71년 은퇴하기까지 총 제작편수가 50여편에 이른다. 일년에 평균 6-7편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얘기이다.

또한 로저 코먼은 그만의 독특한 영화 문법과 제작방식으로 적지 않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그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년전 부천 영화제에 찾아와한국 사람들의 영화에 대한 열정을 느끼고 갔다고 하는데 이번에 다시 전주를 찾게 된 것은 이번 영화제 프로그램 중 '미드나잇 스페셜'의 첫날밤을 위해서이다.

잠 못 드는 영화매니아들을 위한 '미드나잇 스페셜'의 첫번째 로저 코먼의 밤.이번 영화제를 위해 특별히 감독이 직접 자신의 세 작품을 골랐다. 실화에 기초한 40년대 미국의 황당한 범죄 드라마 〈기관총 엄마 Blood Mama〉,이틀 만에 촬영한 경이로운 기록의 〈흡혈식물 대소동 The Little Shop of Horrors〉, 잭 니콜슨 각본의〈환각특급 The Trip〉이 바로 그 작품들이다.

- 이번에 상영되는 세 편의 영화를 직접 골랐다고 들었다. 작품 선정의 기준은.

"이번에 고른 세 편은 영화마다 특색이 있고 내가 만든 모든 영화의 특색을 담고있기도 하다. 특히〈흡혈식물 대소동〉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 약간의 장난기로 이틀만에 찍었다. 코메디와 공포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컬트이다."

- 당시 무명이었던 잭 니콜슨, 로버트 드 니로 등을 영화에 기용하였다. 숨겨진재능을 보는 비법은 무엇인가

"50년대 초반 감독을 시작한 당시 연극수업을 나갔고 배우는 학생들의 모습에감독했다. 단지 그들을 기용한 것 뿐이다."

- 영화를 굉장히 빠른 시일에 속성으로 제작하는 스타일로 알고 있다. 작품의완성도를 위해 감독과 관객의 만족 중에 어디에 촛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흥미로운 질문이다. 둘 다 만족해야 되지 않을까. 영화를 제작 과정에서 자신도즐겁고 제작 후에 관객에 의해 완성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 제작자로서 작품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 아이디어가 좋지 않다면 많은 제작비,뛰어난 배우 등아무리 다른 훌륭한 요소들이 모아져도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없다."

- 최근 한국에 자서전 "나는 100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편의 돈도 잃지 않았다."가출간되었다. 이 책에 대해 얘기해 달라.

" 250편의 영화를 제작했고 여러 작품이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목은 맞는말이 아니다. 하나의 예로 60년도 미국 남부의 수재를 소재로 만든 영화가 있는데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관객 흥행에 참패했다.인종차별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부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은 영화에서 현실을 보기를 원하지 않는다."

- B급영화의 대부라는 칭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족하나.

"인디영화감독이라는 칭호로 불러 주길 바란다. B급영화란 30년대 하나의상영관에서 두개의 영화가 동시 상영되던 시절, 제작비가 더 많이 든 영화가 A급, 적게 든 영화를 B급 영화라 불렀고 지금은 없어진 용어이다."

- 디지털 영화에 대한 견해는

"얼마전 딸 캐서린 코먼이〈Take it to the limit〉이라는 산악영화를 디지털로찍었고 그게 나의 첫 경험이다. 개인적으로 디지털 방식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1년후의 성과가 증명해 줄 것이다. 이에 대한 관객들의 생각도 궁금하다."

- 한국 인디영화계에 대한 생각은.

"많이 보지는 못했다. 개막작〈오!수정〉이 인디영화라고 생각되는데 아주흥미롭게 보았다. 많은 인디영화가 그렇듯이 50년대 프랑스 뉴 웨이브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가능하다면 한국 인디영화에 대한 제작지원의 의사도 있다.

- 인디영화가 갖는 미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는 영화와 비교해 볼 때, 우선 실험적일 수 있다. 또한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 감독의 모든 의도와 관점이 반영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영화제에 대한 느낌을 묻는 질문에 사람들의 열정과 다정함을느꼈다고 했다. 그는 20일 '로저 코먼의 밤'의 영화 상영 후 관객들과의 대화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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