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너무 올라서” … 은이 다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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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은(銀)이 뜨고 있다. 금값 고공행진에 부담을 느낀 개인들이 ‘꿩 대신 닭’ 심정으로 금 대신 은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은 열풍의 진원지는 온라인 투자 관련 카페다. 이들 카페 게시판에는 최근 ‘실버 바(은괴)’ 구입에 관한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사들인 실버바 보관을 위해 은행 대여금고를 이용했다는 경험이나 구입방법을 담은 내용들이다.

 실제로 구입 문의가 크게 늘었다. 최은규 한국금거래소 부사장은 “세계 증시가 출렁였던 지난달부터 실버바 구입 문의가 2배 이상 늘었다”며 “금값 강세가 시작되며 투자를 위해 은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가 은 사들이기에 나서는 것은 유로존 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우려 등 불안한 경제 상황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금·은 등 원자재에 대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게다가 『화폐전쟁 3』의 저자 쑹훙빙(宋鴻兵·송홍병)이 앞으로 가장 유망한 원자재로 은을 꼽은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부추겼다.

 은 가격은 지난해에만 배 이상 오르는 등 강세를 이어갔다. 지난 4월 온스당 50달러에 육박하다 시카고선물거래소가 선물 증거금을 인상하자 급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리스 재정위기가 다시 부각된 7월 이후 또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개인이 은에 투자하는 방법은 실버바나 그래뉼(구슬과 같은 작은 알갱이) 등 실물을 사거나 국내와 해외 증시에 상장된 은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최근의 은 열풍에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은은 귀금속뿐만 아니라 산업금속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경기에 민감하다. 전체 수요의 절반가량이 산업용인 만큼 요즘처럼 경기 침체 우려가 있을 때는 가격이 떨어진다. 이처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개인이 투자하기에 위험하다.

 이규원 삼성선물 연구원은 “안전자산으로서의 성격이 부각되면서 은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겠지만 은은 금에 비해 거래량이 적은 만큼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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