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우리 집이 아토피를 만든다고?!

중앙일보

입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현대적 가옥이 아토피 발병과 밀접한 영향 관계가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가족 중 아토피가 생겼다고 도시를 떠나 자연 주택으로 가서 살기를 결단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최대한 자연 친화적인 주거환경을 찾고자 하는 노력들이 트랜드를 이루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도시인들은 아파트나 도시형 주택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해도 넋 놓고 아토피가 나을 때까지 힘겹게 견딜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아토피와 현대적 주거환경과의 관계를 살펴보고 그 해결책과 대안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아토피와 현대적 주거환경은 마치 악어와 악어새같이 공생관계에 있다. 일단 현대적 주거환경은 아토피가 발생하는데 다양한 원인을 제공한다. 아토피가 현대식 가옥에서 더 자주 많이 발병한다는 뜻이다.

우선 현대적 주거환경의 첫 번째 특징은 밀폐되어 있다는 점이다.
과거 우리 한옥이나 초가집이 사방에 문이 있고, 흙벽과 창호지 사이로 통풍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다면, 새로 지은 최신식 아파트나 단독주택은 창문을 닫으면 환기가 거의 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특히 이런 현대식 가옥의 경우, 추운 겨울에는 완전히 밀폐된 채 외부와 공기가 거의 통하지 않도록 시공되어 있다. 겨울철 약하고 건조한 아토피 피부가 현대식 가옥에서 유난히 견디기 힘든 이유이다.

따라서 아토피 예방이나 관리에 있어 환기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 된다. 겨울철이라도 봄, 가을 수준으로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해주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두번째로 현대식 가옥이 아토피에 해로운 또 다른 이유는 실내공기 오염이다.
초가집이나 한옥처럼 자연 상태의 천연재료로 집을 만들지 않았으니 당연히 실내를 채운 온갖 물건들은 각종 환경호르몬이나 화학물질을 발산하는 석유화합물, 유독성 물질을 뿜어낸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점을 의식해 친환경 건축자재와 인테리어 용품들이 줄을 이어 출시되고 있다.

친환경 건축자재를 이용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환기이다. 특히 집안에서 무심코 쓰는 가스레인지에서는 유독하고 아토피를 쉽게 유발하는 배기가스가 다량으로 나온다. 어린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사용할 때 가스레인지의 환풍기를 항상 켜고, 창문을 활짝 연 채 조리를 하도록 해야 한다. 환기를 하지 않은 집안 공기는 바깥 공기에 비해 10배 이상 오염도가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세번째는 현대 가옥은 아토피를 유발하는 원인물질들의 온상이다.
특히 최고 알레르겐으로 악명이 높은 집먼지 진드기나 각종 곰팡이는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현대식 가옥에서 매우 번성한다. 천적이 거의 없고 따뜻하고, 습한 실내 환경이 이들이 번식하기 적합한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집먼지 진드기나 각종 곰팡이는 햇빛에 쉽게 제거된다. 반면 현대식 가옥은 베란다에 잠시 조금 햇빛이 들 뿐, 하루 내내 햇빛이 들지 않는 공간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집안 구석구석의 물건들을 교대로 햇빛에 내어 말리거나 살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침대, 각종 소파나 카펫, 장롱에 켜켜이 쌓은 옷들은 알레르겐의 무법천지가 되기 쉽다. 따라서 가족 누군가에게 아토피가 있다면 불필요한 가구나 쇼파, 침구를 모두 정리하고 가급적 단순하고 청소가 용이한 실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기후이변이 지속되면서 실내생활이 늘어난 점도 아토피가 창궐하는 한 원인이다.
당연히 각종 알레르겐이나 피부자극 물질에 오염되는 확률이나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좀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신체활동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 다소 기후가 맞지 않더라도 야외활동을 감행하는 용기와 적극성이 필요한 것이다.

아직 완벽한 검증이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아토피 발병에 대한 믿을 만한 가설이 위생가설이다. 지나친 위생이 아토피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바이러스에 거의 노출되지 않는 생활이 아토피를 발병시킨다는 논리이다. 이런 측면에서 아토피에 관한 한 현대적 가옥의 불리한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는 것이다. 집안 식구 가운데 누군가 아토피가 있다면, 현대적 주거환경의 단점을 최대한 극복할 수 있는 다음 수칙을 따르라.

아토피를 예방하기 위한 우리집 관리법

- 최대한 많이 자주 환기한다. 겨울철에도 예외가 아니다.
- 최대한 많이 야외활동을 즐긴다.
- 집안의 가구나 집기들을 최대한 단순화한다.
- 청소를 철저히 하고, 곰팡이나 집먼지진드기 박멸에 최대한 힘쓴다.
- 오래된 집도 새집 못지 않게 문제가 될 수 있다. 주기적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통째로 청소하라. 오래된 배관이나 천정 안 등과 같은 곳도 주기적인 청소가 꼭 필요하다. 이럴 경우 스스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가급적 전문가의 손에 맡기는 편이 낫다.
- 최대한 친환경 소재나 자재로 인테리어 마감을 하는 것이 좋다.
- 과학적인 인증을 받은 쓸만한 공기청정기를 쓴다.
- 관리가 소홀하면 오히려 실내 공기 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가습기를 자주 청소한다.
- 가스레인지 같은 배기가스 유발 제품들의 사용에 주의한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칼럼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