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고 싶은 응어리 많은가, 중년 남성 응모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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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2회째를 맞는 중앙신인문학상 예심이 2일 본지 회의실에서 열렸다. 시·소설평론 모두 전반적인 수준이 예년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왼쪽부터 심사에 참여하고 있는 문태준·김숨·편혜영·권혁웅·정영훈·전성태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소설가 박범신·오정희·구효서, 시인 이시영·곽재구·나희덕…. 본지 신춘문예가 배출한 문인들이다. ‘제2의 박범신’ ‘제2의 나희덕’을 찾는 제12회 중앙신인문학상이 2일 예심을 마쳤다.

 올해 시 부문에는 738명이, 소설 부문에는 838편이, 평론 부문에는 21편이 각각 응모했다. 지난해 시 741명, 소설 902편, 평론 25편에 비해 약간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예비작가’들의 뜨거운 등단 열기는 여전했다. 10대 고교생부터 60대까지 남녀노소 구분이 없었다.

 시 예심은 권혁웅·문태준 두 시인이 했다. 소설 예심은 소설가 전성태·편혜영·김숨씨와 문학평론가 정영훈씨(경상대 국문과 교수)가 맡았다. 심사 결과 시는 23명, 소설은 10편, 평론은 8편이 각각 본심에 올랐다. 본심을 거친 최종 당선작은 본지 창간기념일인 22일 전후 발표된다. 올해의 경향, 작품 수준 등을 살펴봤다.

 ◆“우리 시의 미래, 희망적”=시의 경우 전반적 수준이 지난해보다 높다는 평가다. “문장이 정연할 뿐 아니라 자기 삶을 잘 담아내는 시가 여럿 있었다”는 평가다. 권혁웅씨는 “본심 진출작의 수준이 웬만한 시 잡지에 실린 작품들 못지 않다”며 “한국 시를 이끌어갈 사람들이 대거 응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태준씨도 “습작 기간도 오래된 듯하고 문장을 만드는 능력이나 시상을 전개하는 감각이 상당한 작품이 많아 본심위원들이 고생할 것 같다”고 밝혔다.

 아쉬운 대목도 있었다. 우선 “영화나 문학작품의 한 구절, 혹은 역사 등 2차 텍스트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보였고, 그러다 보니 현실 경험에 밀착된 작품이 줄어든 점”(문태준 예심위원)이 꼽혔다. “한 편의 시가 감당해야 할 용량보다 말이 조금 더 많은”(권혁웅 예심위원) 경향도 지적됐다. 문씨는 “시상 전개의 평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속과 지연, 국소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거나 아예 확장시키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나이든 소설 응모자 많아=지난해 시 예심위원들은 “중년 남성의 응모가 많았다”고 했다. 그 열기가 올해 소설로 옮겨간 것일까. 예상보다 나이든 응모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론가 정영훈씨는 “1970년대 이전 출생자들, 40대 응모자의 비중이 상당한 것 같다”고 했다.

 세상 경험이 풍부한 이들의 소설 도전은 긍정적이다. 그만큼 다양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정영훈씨는 “나이 든 분들의 작품은 가족을 다룬 게 많았다. 우리 사회의 풍경을 엿볼 수 있었으나 시대를 꿰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치열함이 부족해 보였다”고 말했다. 김숨씨도 “읽는 재미는 상당했지만 개인사에 집중돼 정작 소설에 필요한 객관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응모작 수준은 높아졌다는 평가다. 편혜영씨는 “문장이 안정돼 있고 소설적인 구성도 짜임새 있는 작품이 많아 서툰 습작을 본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며 “다만 경제 위기나 자연재해 탓인지 예년에 비해 발랄한 작품이 줄어든 편”이라고 평했다. 전성태씨는 “매끄럽게 잘 쓰는 사람보다 자기 목소리로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은 사람을 본심에 올렸다”고 했다.

 평론 분야에선 예심을 맡은 편혜영·김숨씨, 그리고 주목 받는 신인 소설가인 최제훈씨를 다룬 글이 눈에 띄었다.

글=신준봉·이경희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중앙신인문학상=본지가 주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문학 공모전. 연초에 발표하던 기존 신촌문예의 시행시기를 2000년부터 가을로 옮겨 운영해 오고 있다. 8월 한 달간 시·단편소설·문학평론 등 세 부문에 걸쳐 응모작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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