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십중팔구는 가족력 없어도 발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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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호 18면

유방은 여성의 자존심이다. 하지만 유방암에 걸리면 가슴을 도려내는 수술을 받기도 한다. 유방암 환자가 견디기 힘든 항암치료를 받고 완치해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 젊은 여성층에서 유방 종양 발생 환자가 크게 늘었다. 한 대학병원(차의과대학 강남차병원 유방센터)에서 2003년 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8년3개월간 유방 조직검사인 맘모톰 시술 사례를 분석한 결과 2㎝ 이상의 큰 유방 종양이 있는 환자의 71.2%가 30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에 종양이 있어도 10명 중 9명은 암이 아닌 양성 종양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는 양성 종양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다. 국내에서 맘모톰 시술을 가장 많이 한 차의과대학 강남차병원 외과 박해린(사진) 교수에게서 유방 건강에 대해 물었다.
 
-유방 종양 발생이 얼마나 늘었나.
“아직까지 한국 전체 여성의 유방 종양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발표된 것이 없다. 하지만 강남차병원에서 유방 조직검사인 맘모톰 6242건을 분석했더니 30대가 39.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40대는 26.5%, 20대는 21.9%를 차지했다. 20~30대의 젊은 여성에게서 유방 종양 발생 빈도가 높았다.”

강남차병원 박해린 교수가 말하는 유방암

-젊은 여성층에서 유방 종양 발생이 늘어나는 이유는 뭔가.
“이유는 여러 가지다. 예전에 비해 유방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정기검진을 자주 받고 의학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가능해졌다. 생활습관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예컨대 기름기가 많은 동물성 지방을 많이 먹는 서구 사람처럼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거나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것도 이유다. 초경이 빨라지고 직장여성이 늘면서 출산율이 떨어져 아이를 많이 낳지 않고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것, 독신 여성이 늘고 첫 아이 임신시기가 늦어지는 것도 유방 종양 발생률을 높인다.”

-유방 종양이 생기면 유방암으로 될 확률이 높나.
“40세 이하 젊은 여성의 유방 종양은 대부분 섬유 선종, 섬유 낭종성 질환, 유두종 같은 양성 질환이다. 종양은 크게 양성과 악성으로 구분되는데, 주위 조직으로의 침범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고 캡슐 같은 비교적 안전한 막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양성 종양이다. 반면 암으로 불리는 악성 종양은 주변 조직으로의 침투력이 높고 타 장기로 암세포를 전이시켜 생명의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젊은 여성의 종양이 대부분 양성이긴 하지만 일부에서는 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잘 관찰해야 한다. 유방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유두 분비물, 유방 피부 함몰, 유방 비대칭 등이 있으면 반드시 유방전문병원을 찾아 유방 촬영술과 유방 초음파·조직검사 등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반면 40대 이상 여성에게서 발견되는 종양은 악성일 가능성이 젊은 여성에 비해 다소 높다. 젊었을 때부터 유방 검진이 필요한 이유다.”

-젊은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종양은 쉽게 제거되나.
“최근에는 기술이 많이 발전해 젊은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양성 종양은 맘모톰이라는 시술로도 진단과 제거가 가능하다. 유방의 조직 검사를 위해 특수하게 제작된 기구인데 3㎜에서 5㎜ 크기의 절개창으로 3분 내외의 짧은 시간에 통증이 거의 없는 부분 마취로 유방병변을 완전 제거한다. 바늘을 한 번만 통과시키면 바늘이 축을 따라 회전하면서 둘레의 조직을 채취하고 진공을 이용해 조직을 모으는 방식이다. 종양은 가능한 한 많은 조직을 얻을수록 진단이 정확해지는데 맘모톰 시술은 경험 많은 의사에 의한 시술 시 100%에 이르는 암 진단 정확도와 종양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치료적 능력을 갖췄다. 절개수술에 비해 흉터가 거의 나지 않는 장점도 있다.”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없으면 안심해도 되나.
“가족력이 있어야만 유방암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유방암 환자 가운데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10~15% 정도다. 그 이외에는 가족력이 없어도 유방암이 발생한다”

-유방암을 초기 발견할 수 있는 자가 진단법을 알려 달라.
“유방에 통증이 있으며 유방암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방암은 통증이 없다. 유방암 환자의 50% 이상이 만져지는 혹 등 자가검진으로 유방암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자가검진이 중요하다. 자가검진의 적절한 시기는 매월 월경이 끝난 직후 일주일간이다. 유방이 가장 부드러운 시기다. 폐경이 되면 매월 특정일을 정해 정기적으로 자가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 유방 자가검진은 편하게 누운 상태에서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반대편 가운데 손가락 3개를 모아서 유방 조직을 부드럽게 둥글린다.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으로 유방 양쪽을 세밀히 일정한 방법으로 만진다. 거울 앞에서 팔을 옆으로 벌렸다가 서서히 머리 위로 올리고 유방 내 콩알이나 팥알 같은 혹이 만져지거나 유방의 크기·모양에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고 유방 피부가 움푹 들어간 데는 없는지, 피부색이 이상하지 않은지 살핀다. 또한 유두를 눌렀을 때 분비물이 나오는지 살펴봐야 한다. 유방에 어떤 변화나 의심이 생기면 유방전문의의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유방 검진은 얼마나 자주 해야 하나.
“25세 이상의 여성은 매월 자가검진을 하고 30세 이상은 1년에 한 번 유방 초음파 검사를 받는다. 유방 촬영은 2년에 한 번 받는 것을 권한다.”

-일상생활에서 유방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활습관은.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를 많이 먹는 식습관과 적절한 유산소 운동으로 체중을 조절하는 것을 권할 만하다. 음주와 흡연을 피하고 모유 수유를 하며, 샤워 중 자가 유방 마사지를 하고, 집안에서는 브래지어 착용을 줄이는 것 등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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