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소장품展

중앙일보

입력

'알짜배기 컬렉터'로 알려진 한국은행 소장품이 최초로 일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오광수)덕수궁 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근대미술의 한 단면-한국은행 소장품을 중심으로'전은 한국 근대미술사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가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김인승·박상옥·김찬희·김형구·박항섭·심형구(이상 유화), 김은호·노수현·박승무·변관식·이상범·허건·허백련·송영방·장우성·민경갑(이상 한국화)등 총 72점이 소개됐다.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김인승 '봄의 가락' 42년.각 147.3×207㎝.

이번 전시회의 백미로 꼽히는 작품이다. 제21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추천작가로 출품했던 것. 두 개의 커다란 캔버스로 이뤄진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어둔 톤이지만 자세히 보면 인물·소품마다 명암이 살아있어 조용하면서도 집중된 분위기를 잘 묘사하고 있다.

김인승은 도쿄미술학교 재학 시절 선전(鮮展)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는 등 30대에 혜성처럼 떠오른 인물이다.

▶김찬희 '수수밭' 51년.99.88×80.7㎝.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새롭게 조명받는 작품이다. 김찬희는 손응성과 함께 47년 제작양화협회를 결성해 활동했던 화가다.

사실적 묘사보다 표현주의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이러한 풍경화 양식은 40~50년대 확립됐다.

▶김용진 '석국(石菊)' 68년작. 109.5×645㎝.

김용진은 조선시대 사대부 화가의 마지막 세대로 1922년부터 선전에 연거푸 세차례 입선하는 기량을 보였다.

이 그림은 바위틈에 핀 국화를 그린 것. 화면 왼쪽 위에 쓰인 화제는 '엷은 푸른색 진한 붉은색 빼어난 모습이 중국의 노거사와 같다'는 내용이다.

석국은 석란과 함께 사군자화의 변용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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