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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중동 17억 보험 살인 - 예비신랑 실종 … 같은 범인?

중앙일보

입력

2009년 5월 22일 새벽 경기도 성남시 중동 S건축 사무실. 이 사무실을 운영하는 이모(33)씨 등 5명은 이씨의 후배 박모(당시 28세)씨에게 음료수를 건넸다. 박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음료수를 들이켰고 잠시 후 곯아떨어졌다. 수면제를 탄 음료수였기 때문이다. 이씨 등이 박씨 몰래 수면제를 넣은 것이다. 박씨가 잠이 들자 이들은 박씨를 샤워실로 끌고 들어갔다. 샤워실 창문 틈새를 마감재료로 모두 밀봉한 뒤 순간 가스 온수기의 가스 잠금장치를 풀었다. 박씨가 온수기를 틀고 샤워하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범행 후 창문 밀봉 마감재료를 걷어냈다.

 이씨 등은 이에 앞서 2008년 7~12월에 박씨 앞으로 월 157만원을 내는 생명보험 3개(사망 시 보험금 17억원 수령)를 가입하고 수령자를 자신들로 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사들은 이들의 계속된 보험금 청구에 의심을 품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일 이씨를 입건하고 2명을 살인 및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김모(33)씨 등 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도 처음에는 박씨가 목욕을 하다가 가스 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단순 변사 처리했다. 초동수사에 실패한 셈이다. 하지만 이들이 범행 직전 ▶수면제 10알을 구입하고 ▶온수기를 설치하고 ▶박씨의 시신에서 수면제 성분이 발견된 점 등을 뒤늦게 발견하고 재수사에 착수해 2년여 만에 범행을 밝혀냈다.

 이 중 이씨는 지난해 6월 발생한 ‘실종된 예비신랑 감금 폭행’ 사건의 범인으로 의심받았던 인물이라 경찰은 두 사건이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6월 12일 또 다른 사회 후배 김명철(32)씨를 감금 폭행했다. 당시 김씨는 결혼을 4개월 앞두고 있었다. 당시 김씨는 약혼녀에게 “너의 과거와 돈 문제 등으로 힘들었고, 다른 여자가 생겼다. 이제 내게 연락하지 마라”는 문자 한 통만 남기고 실종됐다.

김씨는 이씨에게 납치된 뒤 현재까지 생사가 불투명한 상태로 사건의 실체는 규명되지 않았다. 검찰과 경찰은 당시 살인을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김씨를 감금 폭행한 이유에 대해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과 결혼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를 성남시 수정구의 한 술집으로 불러내 수면제를 탄 술을 먹인 뒤 중동에 위치한 사무실로 데려가 감금 폭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살인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가 김씨를 살해할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했지만, 2심은 “수면제를 먹이고 감금 폭행했다는 증거만으로는 김씨 살해를 계획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형이 확정돼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김병록 광역수사대장은 “이씨가 예비신랑 폭행사건에서도 수면제를 사용했기 때문에 두 사건에 연결고리가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원=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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