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보겠네요… 넉넉한 코트, 통 넓은 바지 물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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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오는 길이의 스커트, 허리 아래부터 살짝 퍼지는 A라인 코트는 여성스러운 느낌을 연출하는 데 좋다. 보테가 베네타.

올 가을·겨울, 어떤 패션이 거리를 누빌까. style&이 세계 4대 컬렉션(뉴욕·밀라노·파리·런던)을 기초로 패션 트렌드 연구기관과 함께 2011 가을·겨울(F/W) 유행 패션을 예측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40년대, 70년대 패션을 모두 즐겨라’다. 지난해 패션계를 강타했던 70년대풍 ‘비비드(화려한 원색) 패션’이 올해도 이어지는 가운데 40년대 유행했던 ‘할리우드 글래머 패션’까지 새롭게 더해졌기 때문이다. 무릎 아래 길이로 내려온 스커트, 좀 크다 싶을 만큼 넉넉한 코트, 밑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바짓단, 화려한 색상 등 40, 70년대를 풍미했던 패션들이 한데 섞여 있는 게 올 가을·겨울 패션의 특징이다.

글=서정민 기자 도움말=삼성패션연구소, 에이다임 트렌드 연구소

40년대풍  할리우드 여배우처럼 우아하게

40년대, 패셔니스타들은 자연스러운 어깨선을 가진 몸에 꼭 맞는 상의를 즐겨 입었다. 허리를 잘록하게 돋보이게 하기 위한 벨트는 필수. 스커트는 종아리 중간과 발목 사이 길이가 유행이었다. 스커트 모양은 주름이 많이 잡힌 개더스커트 또는 긴 트임을 넣은 좁은 스커트가 인기였다. 두 종류 모두 보기에 우아하고 활동이 편한 디자인이다. 리타 헤이워드나 베로니카 레이크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은 이런 의상에 금발의 헤어, 새빨간 립스틱을 조화시켜서 많은 여성들이 따라 하게 했다. 이른바 ‘우아하면서도 섹시한 여성’이 대세였고 이것이 40년대를 대표하는 ‘할리우드 글래머 패션’이다.

2011년 가을·겨울로 옮겨진 40년대풍의 옷들은 어떤 모습일까. 삼성패션연구소 노영주 연구원은 “무릎 아래로 길어진 스커트(패션 용어로는 ‘미디스커트’라고 부른다)가 40년대풍 패션을 대변하는 주요한 특징”이라며 “미니스커트의 발랄한 느낌은 없지만 중요한 모임에라도 가듯 고급스럽게 잘 차려 입은 느낌이 나는 것이 무릎 아래 길이 스커트의 장점”이라고 했다. 페라가모, 마이클 코어스, 입생로랑, 마크 제이콥스, 발렌시아가 모두 무릎 아래 길이 스커트를 주요 제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릎 아래로 길어진 스커트는 어떤 옷들과 입어야 할까. 옷장 안의 옷을 모두 버리고 새 옷을 살 수는 없지 않은가. 해답 역시 40년대 패션에 있다. 상의를 몸에 꼭 맞게 입을 것. 니트 스웨터나 카디건, 블라우스는 좀 작다 싶을 만큼 몸에 꼭 맞는 사이즈를 선택해야 어울린다. 키가 작은 사람은 전체적으로 왜소해 보일 수 있으므로 허리에 스커트와 색이 다른 벨트를 해서 입체감을 주는 게 좋다. 코트는 조금 더 까다롭다. 짧은 코트를 입을 때는 허리까지만 오는 길이를 선택하는 게 좋다. 긴 코트를 입는다면 스커트 길이와 같거나 스커트 길이보다 길어야 한다.

보테가 베네타, 프라다 같은 브랜드들은 40년대 패션을 조금 변형시켜서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레이디라이크 룩’을 제안하고 있다. 스커트 길이는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오되 소재와 색깔을 여성스럽고 고급스럽게 디자인했다. 또한 코트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밑단이 살짝 퍼지는 ‘A라인 실루엣’을 강조하고 있다. 이 디자인은 너무 부담스럽게 허리를 졸라매지 않아도 부드럽고 우아한 느낌이 나는 게 특징이다.

 70년대풍  멋쟁이 남성처럼 깔끔하고 풍성하게

1 통이 넓은 바지에 헐렁한 코트, 화려한 색상의 모피 장식은 70년대 보헤미안 룩을 대표한다. 구찌. 2 40년대의 패션을 특징 짓는 ‘미디스커트’는 길이가 종아리 중간부터 발목 사이에 이르는 스커트를 말한다. 발렌시아가. 3 올 가을·겨울에는 집에서 짠 듯 올은 굵고 투박하며 크기는 헐렁한 니트 제품들이 유행할 전망이다. 마이클 코어스. 4 70년대 패션의 특징 중 하나는 길고 크게 늘어지게 입기다. 올 가을·겨울에 담요처럼 몸을 폭 감싸주는 커다란 코트가 많이 보이는 것은 70년대의 영향이다. H&M. 5, 6, 7 2011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선 70년대에 유행했던 매니시 룩의 영향을 쉽게 볼 수 있다. 남성의 재킷처럼 보이는 슈트와 코트는 기본. 여기에 여성스러운 분위기의 옷과 소품을 조화시키면 깔끔하고 멋스럽다. 왼쪽부터 페라가모, 입생로랑, 폴 스미스.



패션에서 70년대는 혼돈의 시대였다. 60년대 말부터 불붙은 페미니즘 운동으로 남성의 옷을 입은 것 같은 ‘매니시 룩’이 유행했고 영국의 로큰롤 그룹 ‘섹스 앤 피스톨즈’의 무대의상에서 시작된 과감한 컬러와 금속 장식을 겹쳐 입는 ‘펑크 룩’도 인기였다. 집시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보헤미안 룩’의 영향으로 색은 화려하고 크기는 헐렁하고 길게 늘어지는 옷들도 유행했다.

2011년 가을·겨울 의상 중에도 70년대 경향이 많이 눈에 띈다. 남자처럼 입는 ‘매니시 룩’이 대표적이다. 페라가모, 입생로랑, 돌체 앤 가바나 쇼에서 선보인 매니시 룩은 오빠 또는 남편의 옷장을 뒤져서 입고 나온 듯 남성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바지 밑단이 넓어지고 코트는 몸을 푹 감쌀 만큼 헐렁하고 커졌다. 70년대풍 매니시 룩의 영향이다. 트렌드를 재빨리 간파해서 수시로 유행 의상을 공급해야 하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 H&M의 정해진 마케팅실장은 “70년대 대표 디자이너인 입생로랑의 영향을 받아 통이 넓어진 바지가 올 가을·겨울의 주요 상품”이라며 “여성스럽기만 한 패션보다 편안하면서도 멋스러운 감각을 표현하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샤넬이나 에르메스 같은 여성스러운 브랜드들이 남성들이 즐겨 쓰는 페도라(중절모)를 내놓은 것도 같은 이유다.

길고 풍성한 70년대 풍 옷들은 니트 제품들에서도 두드러진다. 올해는 할머니가 직접 짜주신 것처럼 투박하고 굵은 짜임을 가진 화려한 색상의 니트 옷들이 유행인데 이 옷들은 한 치수 큰 것을 고른 것처럼 헐렁하게 입어야 제 맛이다. 허벅지까지 길게 내려오도록 해서 바지와 입거나 허리에 벨트를 묶은 후 무릎을 살짝 덮는 스커트와 입으면 멋지다.

올해는 와인·오렌지·올리브색이 유행이래요

가을·겨울 패션에는 전통적으로 검정과 갈색, 회색이 주를 이룬다. ‘옷 잘 입는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여부는 여기에 어떤 색깔을 포인트로 조합하느냐에 달렸다. 에이다임 트렌드 연구소는 “올해는 와인·오렌지·올리브·겨자 등 자연에서 따온 색들이 포인트 색으로 유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색은 너무 강하게 도드라지지 않고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게 특징이다.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씨는 “회색+와인, 갈색+오렌지, 빨강+올리브, 카키+겨자색 공식을 이용해 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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