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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RB, 증시우려로 금리 0.25%P 축소 전망

중앙일보

입력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증시 폭락사태 후 취할 금리인상 폭이 상당히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가폭락으로 인해 가계소득이 줄고 소비자들의 정서 및 실제 소비지출이 위축됨에 따라 연준이 그동안 우려해 왔던 경기과열과 물가상승 추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주식시장의 동향은 소비자 신뢰도의 대치물로 여겨져왔다. 양자의 연관성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보통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주처럼 주가가 급락할 경우 소비자 정서도 위축되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물론 소비자 정서와 소비 지출 간의 상관관계는 느슨하다. 소비자들은 늘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 대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가폭락으로 가계소득과 소비를 어떻게 배분할 지에 대한 확신이 크게 줄어들면서 분명히 소비지출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주 주가폭락과 거의 동시에 담배 판매고와 소고기를 비롯한 주요 식품의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보도됐다. 특히 물가 가중치가 높은 쇠고기의 경우 최근 도매가격이 수요 폭증으로 인해 7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인 상태여서 주가폭락에 따른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쇠고기는 다른 식품보다 경기의 영향을더 많이 받으며 지난 1-2년 동안의 쇠고기 판매 급증은 주식시장의 활황과 경제성장 덕택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무엇보다 주가폭락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경기에 가장큰 영향을 미칠 분야는 새 자동차다. 소비자 신뢰와 소비지출의 상관관계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로 지난 87년 10월 주가 대폭락시의 경기지표가 있다. 87년3.4분기 연율 6%였던 실질 최종판매액 증가율은 4.4분기에 1.4%로 떨어졌다. 주요인은 새 자동차를 비롯한 내구재 소비의 감소(-0.7%)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당시에 경기후퇴는 단기적 현상으로 그치고 88년 1.4분기에는 최종 판매액(6.5%)과 총소비지출(6.2%), 내구재 소비지출(21%) 등 전 지표가 뛰었다. 이는 10월 주가폭락에 대응해 연준이 통화정책을 긴축에서 시장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공개적으로 전환한데 힙입은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앨런 그린스펀 의장을 비롯한 연준 인사들은 주식시장의 과열현상을 간접적인 방식으로 지적해왔다. 그 때문에 주가가 대폭락하며 증시가 조정기에 들어간 것에 대해 연준이 공개적으로 환영하지는 못해도 바람직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물론 연준은 5월16일 회의에서도 여전히 긴축정책을 취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 87-88년 통화정책을 너무 완화한 것은 실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FOMC는 긴축정책의 기조 속에서 수요증가를 공급과 조화시킴으로써 성장세를 유지하되 과도한 물가상승은 피하려 들 것이다.

한편 만약 주가가 극적으로 반등하지 않을 경우 과열을 식히려던 연준의 당초목적은 저절로 상당 수준 달성될 수 있다. 따라서 연준이 취해야 할 긴축정책의 수가 줄어들고 강도가 낮아질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주가폭락으로 인해 당초 예상됐던 연준이 연방기금 이자율 인상 폭이 0.5% 포인트가 아닌 0.25% 포인트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시카고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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